베이비부머 800만명 65세 진입 시작…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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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1.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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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행복 프로젝트] [1] 대한민국 인구흐름이 바뀐다
노인인구 10년간 年80만명씩 늘고 올해 58년생 76만명 국민연금 받아
출생보다 사망 많아 인구감소 시작

- 본지·미래에셋은퇴硏 공동조사
나이 들수록 삶 만족도 떨어져
노후 준비 부족해 65%가 "일해야"… 일하는 고령층 비율 OECD 최고


충북 괴산 이종옥씨는 1955년 1월생이다. 그는 열흘 전쯤 면사무소에서 기초연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몸도 마음도 아직 청춘인데 국가가 인정하는 노인 나이인 65세에 들어선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서글펐다"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도 매일 8㎞ 달리기로 건강을 챙겨 앞으로 10년 정도는 건강에 문제없이 활동할 자신이 있다"며 "노인 기준 연령이 시대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킹 연습하는 시니어 모델들 - 31일 오후 서울 삼성동 뉴시니어라이프(시니어모델협회)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워킹 연습을 하고 있다. 2020년은 베이비부머의 맏형인 1955년생이 65세에 진입하는 등 노인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해다. /오종찬 기자

이씨처럼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맏형 세대인 1955년생 70만명이 올해 65세에 진입한다. 2021년에 56년생 68만명 등 앞으로 10년 동안 1955~64년생 805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연간 40만~50만명씩 늘던 노인 인구가 매년 100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노인 인구 폭발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노인 인구 폭발 시대 원년(元年)

2020년은 대한민국 인구 흐름이 확 바뀌는 해다. 2019년 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800만명쯤(전체 인구의 15.4%)이다. 그런데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로 5년 후인 2025년이면 1050만명으로 늘면서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2050년 1900만7000명에 이를 때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2020년이 인구 자연 감소 시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2019년 10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의 자연 증가분이 128명에 그쳤다"고 했다. 출생아 수는 급감하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고령화, 인구 자연 감소라는 변화에 맞추어 국민연금 가입 연령 연장 등 사회 시스템을 조정해나갈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국민 눈치만 보면서 기초연금 인상 등 대증요법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58년 개띠 76만명 국민연금 받기 시작

사회·경제적 파장도 크다. 2020년은 62살에 도달하는 76만명 '58년 개띠'들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해다. 92만명의 60년생들이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마치는 해이기도 하다. 반면 2002년 이후 초저출산 세대들이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진입하면서 추가 생산가능 인구는 43만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납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크게 늘면서 국민연금기금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해이기도 한 것이다. 건강보험도 비슷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 10명 중 6명은 "일할 수 있고 일자리 원해"

국회입법조사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1~2위였다. 2018년 기준으로 65~69세는 47.6%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 70~74세는 35.3%로 1위였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것이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다. 통계청의 2019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장래에도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55~79세)는 64.9%에 달했는데, 이유는 생활비 보탬(60.2%)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일하는 즐거움(32.8%)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령화는 노후 준비 부족으로 '일을 해야 하는 노인'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 노인의 은퇴(평균 72.3세) 후 기대여명(어느 연령에 도달한 사람의 평균 생존 연수)은 남성이 12.9년, 여성은 16.3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OECD 회원국 평균 은퇴 연령은 남성이 65.4세, 여성이 63.7세, 은퇴 후 기대여명은 각각 17.8년과 22.5년이었다.

◇55~75세 '삶의 만족도' 10점 만점에 6점대 그쳐

이 때문인지 본지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으로 55~64세 397명, 65~75세 273명 등 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고령층(55~75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14점에 그쳤다. 55~ 64세는 6.29점, 65~75세는 5.89점이 나와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혼인 상태별로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6.29점, 자녀까지 있는 경우 6.4점대의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별거·이혼·사별)는 5.3점대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65세 이상 절반 이상(51.5%)이 현재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답했다. 기초연금 액수(25만~30만원)는 많은 편(26.0%)이라는 쪽이 적은 편(16%)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김민철 선임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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