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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75%가 "내 월급 안 올라"…복권방 몰리고 코인에 물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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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잃은 2030…사행성 투자·게임 내몰려

"회사보다 주식이 짭짤해요"
무리한 대출로 묻지마 투자
게임하며 돈버는 P2E도 인기

청년층 빚 1년새 13% 늘어
이자비용 증가속도 가장 빨라
부채비율도 연령대 중 최고
◆ 한방 찾는 2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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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20대가 복권에 지출하는 금액이 2년 전인 2019년에 비해 313% 이상 증가하며 타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서울 시내의 로또 판매점 앞에 한 시민이 서 있다. [이승환 기자]
요즘 30대 직장인 김윤창 씨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이른바 플레이투언(P2E) 게임에 푹 빠졌다. 지난달 중순 국내 게임 개발사 나트리스가 출시한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에서는 매일 부여된 임무를 완료하면 코인을 지급하는데 이렇게 받은 코인은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된 코인(클레이)으로 교환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원화로 바꿀 수 있다. 최근 젊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 '하루에 30분 게임하고 1만원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지난달 28일 3000여 명에 불과했던 하루 사용자는 이번 달 17만명을 돌파해 40배 넘게 급증했다. 김씨는 "게임을 즐기면서 번 돈을 즉각 환금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최연경 씨(가명)는 가상화폐 투자 2년차다. 처음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취급했지만 점차 변동성이 큰 신생 코인까지 투자 대상에 발을 담갔다. 하루에도 수십%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마음 졸일 때가 많지만 이것마저 안 하면 목돈을 만져볼 기회가 없겠다 싶어서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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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돈 벌이는 여의치 않자 미래 경제 주축인 2030세대들 사이에서 단기 고수익을 좇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일해서 돈 벌기보다는 빚을 늘려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복권 구매를 늘리는 등 요행을 바라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청년들이 복권·코인으로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것은 취업, 결혼,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차 멀어지면서 단기간에 활로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을 시도하지 않는 30대(쉬었음 인구)는 10월 기준 29만6000명으로 1년 새 9000명 늘어 20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30대 취업자 수는 10월 2만4000명 감소하며 20개월째 줄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29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체감실업률(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실업률)을 조사한 결과, 2015년 21.9%에 그쳤던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올 상반기 25.4%로 치솟았다.

문제는 청년층이 소득 능력에 비해 빚과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이날 매일경제가 한국은행 가계대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분기 기준 2030세대 가계 부채는 1년 새 12.8% 급증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2030세대를 제외한 연령대 부채 증가율(7.8%)은 물론 전체 가계 부채 증가율(9.1%)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빚을 늘려간 것이다. 특히 2030세대 대출을 쪼개보면 금리 수준이 높은 신용대출 증가율이 20.1%로 주택담보대출(7.0%)에 비해 3배 빨리 불어났다.

한은 측은 "청년층 신용대출 증가율이 다른 대출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지난해 이후 주가 상승과 주요 기업공개(IPO) 등 영향으로 주식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후 2030세대가 대출 상환을 위해 사용하는 지출액(이자비용)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 월평균 가계수지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1~3분기 대비 올해 1~3분기 이자비용 지출 증가세는 20대(46.16%)와 30대(13.44%)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전체 연령대 이자비용 지출 증가율은 4.08%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구직난까지 심해지며 청년들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29세 이하 가구주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5년 16.8%에서 지난해 32.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 부채비율도 28.4%로 29세 이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 새(2015~2020년) 29세 이하 순자산은 132만원 줄어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뒷걸음질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청년층의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 속도보다 월등하게 빠르다"며 "기업규제 혁파, 고용 유연성 확보를 통해 민간 고용 창출 여력을 끌어올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경연이 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75.1%는 '물가에 비해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며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주식, 비트코인 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환 기자 / 이종혁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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