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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독] 코로나속 디지털 성범죄 급증…작년 1만6866명 적발

박윤예 기자
입력 : 
2021-12-07 17:23:59
수정 : 
2021-12-07 20: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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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검찰연감 살펴보니

비대면 일상화로 범죄 증가
디지털 성범죄사범 17% 늘어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다
10명중 3명이 재판에 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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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무조정실 소속 20대 남성 사무관이 동료 여성 직원을 불법 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사무관 A씨가 동료 여성 직원 신체 일부를 찍었다는 신고를 받고,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국무조정실은 A씨를 곧바로 직위해제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성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박사방 사건 등으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어 검찰과 법원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엄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회복이 힘든 피해를 입히는 만큼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대검찰청의 '2021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작년에 적발된 디지털성범죄사범은 1만6866명으로 1년 전 1만4380명보다 약 17% 증가했다. 디지털성범죄를 통계로 산출한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성범죄 자체가 늘어난 데다 검경이 디지털성범죄에 엄격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디지털성범죄자들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등 엄벌했다. 대검은 n번방·박사방 사건이 발생하자 2020년 4월 '성착취 영상물 사범'에 대해 강화된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신종 디지털성범죄의 처벌 기준을 높였다. 조직적인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징역 15년 이상을 구형하고 영리 목적 유포 사범에 대해선 징역 7년 이상 구형, 일반 소지자에 대해서도 기소유예 불가로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대검 관계자는 "사건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디지털성범죄 수법이 딥페이크 기술이나 메타버스를 악용하는 등 진화하고 있어 수사 방법도 계속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작년에 적발된 디지털성범죄사범 가운데 3249명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이는 2019년의 2448명에 비해 껑충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정식 재판(구공판)과 약식 재판(구약식)을 합친 전체 기소율은 약 28%로 예년과 비슷했다. 여전히 기소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검거된 디지털성범죄사범 10명 가운데 3명만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n번방·박사방 사건 같은 성착취 영상물 사범이 아니더라도 보다 일상적인 디지털성범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가운데 '통신매체이용 음란' 발생 건수는 2018년 1379건, 2019년 1455건, 2020년 2071건을 기록했다. 이 범죄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음란한 내용의 대화·사진을 보내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통신매체이용 음란죄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법원도 성착취 영상물 사범에 대해 기존과 비교될 만한 형량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n번방·박사방 사건 이후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새로운 양형 기준안을 마련했다. 상습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범죄를 특별 가중 처벌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과 박사방 2인자 '부따' 강훈에 대해 각각 징역 34년과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해서는 지난 10월 징역 42년이 확정됐다. 이들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영상을 제작·배포한 혐의를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가 유죄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회적 주목을 받은 사건을 제외하고는 2020년 전후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승희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변호사는 "2020년은 디지털성범죄에 관한 인식 변화, 입법부·사법부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던 해였지만 피해자와 활동가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성범죄에서는 재유포가 제작 못지않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히는데 실무에서는 여전히 종범 혹은 수동적 협력자의 지위를 주고는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성범죄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카메라등이용촬영등, 허위영상물편집·반포 등),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소지, 음란물제작·배포 등, 성착취물제작·배포 등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 유포)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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