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비율 전국 최고인 관악구, 출산율은 0.5명대 꼴찌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2019. 12. 2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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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더 추락한 출산율, 올해 전국평균 0.91명까지 떨어진다
관악, 가임여성율 가장 높지만 미혼·1인가구 비율도 전국 최고
인구 비슷한 평택·제주보다 신생아 1000명 적게 태어나
경기·인천·전북도 첫 '1명 미만'.. 전국 17개 시·도 중 8곳이 0명대
원룸텔 우편함이 45개 - 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림동의 한 원룸 다세대 건물 우편함 40여개에 우편물이 꽂혀 있다. 관악구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47.6%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김지호 기자

직장인 김모(여·34)씨는 15년째 서울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 9동)에 혼자 살고 있다. 전국에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행정고시 등 고시생들이 모이고 독서실과 고시텔 등이 빼곡해 '신림동 고시촌'이라 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1인 가구를 위한 '원룸 타운'으로 바뀌었다. 상가 건물과 모텔이 많았던 봉천동 서울대입구역에도 원룸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김씨는 "한 달 생활비 100만원이 안 넘는 서울 시내 몇 없는 물가 싼 곳"이라며 "카페, 집, 식당, 셀프빨래방 등이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혼자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2년 새 10층 이상 오피스텔이 서너 개 생겼다. 소형 오피스텔이나 일반 원룸까지 포함하면 1년 내로 잡아도 족히 100개는 새로 생겼을 것"이라며 "하루 방문 상담을 10~20명 정도 하는데, 80~90%가 젊은 1인 가구"라고 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이 전국 최저인 0.597명을 기록한 관악구는 이처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미혼 인구가 늘어나면서 극심한 저출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관악구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2582명으로, 인구가 비슷한 경기 평택시(3586명)와 제주시(3745명)보다도 훨씬 적다. 1인 가구 비율도 지난해 전국 평균(29.3%)보다 크게 높은 47.6%에 달해 전국 최고를 기록한 지역이다.

◇20~30대 여성 비율 전국 최고인데…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20~30대 여성 비율이 전국 최고인 관악구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선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관악구 인구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성이 37.7%, 남성은 40.2%로 각각 전국 최고다. 전체 여성 중 결혼 연령층인 25~39세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관악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8.9%다. 대학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공부하느라 나이가 늦도록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많고, 입주자 절반이 특정 여대 학생인 원룸 건물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미혼 비율이 63.9%로 10명 중 6명꼴일 정도로 전국 시·군·구 중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이 42.2%임을 감안하면 관악구의 미혼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다. 관악구와 인구가 비슷한 경기 평택시(49만여명)와 제주시(48만여명)는 작년에 태어난 아기 수가 각각 3586명, 3745명이었다. 이 지역들이 관악구보다 아기가 1000여 명 더 많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미혼율이 각각 10명 중 3명꼴로 관악구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악구에 비해 인구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숫자의 신생아가 태어난 대구 달성군(2832명)과 충남 아산시(2693명)를 관악구와 비교하면 저출산 원인이 더 명확하다. 아기를 가장 많이 낳는 30~34세 여성의 작년 출산율(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이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49.9명인 데 반해 대구 달성군(147.8명)은 관악구의 3배에 이른다.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전남 해남은 161.6명에 달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나면서 저출산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17개 시·도 중 8곳이 출산율 0명대

합계출산율 0명대인 시도는 2017년 서울·부산 2곳에 그쳤으나, 작년에 대구·광주·대전이 추가됐다. 특히 작년까지 가까스로 1명대를 유지했던 인천과 경기, 전북이 올해는 출산율 0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전체 17시도 중 절반가량(8곳)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도시를 중심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높은 미혼율 때문이다. 임신 가능한 연령대 여성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혼인 건수가 줄면서 미혼율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25~39세 여성의 미혼율은 2015년 10명 중 4명꼴(42.2%)로, 미혼 대국이라는 일본의 같은 연령대(38.2%)보다 훨씬 높다. 이는 앞으로 혼인 건수가 크게 늘지 않으면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혼인 건수가 줄면서 대도시가 농촌 지역보다 미혼율이 훨씬 높아졌다. 서울의 25~39세 젊은 여성의 절반(53.9%)이 결혼하지 않아 미혼율이 가장 높고, 충남이 3명 중 1명꼴(32.8%)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학업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젊은 여성들이 수도권 등 대도시로 대거 이동하고 있지만, 대도시에 정착한 뒤에는 직장 생활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면서 미혼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해도 아기를 아예 낳지 않거나 1명 정도에 그치는 것도 저출산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결혼한 지 5년이 된 신혼부부(2014년 결혼)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가 전국적으로 6쌍 중 1쌍(16.8%)이었다. 서울은 이보다 많아 5쌍 중 1쌍(22.5%)이고, 인천(18.3%), 경기(17.4%) 순이었다. 수도권은 농촌 지역인 전남(11.9%), 경북(12.7%) 등에 비해 아기를 낳지 않는 부부의 비율이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결혼한 뒤에도 직장 내에서 발전 가능성이나 경제적 이유 등을 따져 아기 낳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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