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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MZ세대 脫부울경

김희래,박동민 기자
김희래,박동민 기자
입력 : 
2021-11-19 17:55:27
수정 : 
2021-11-19 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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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전국 고용동향 분석

부울경서 10년새 23만명 줄어
고용률도 울산 15위·부산 16위
생산직 기피·비정규직 증가 탓
◆ 부울경 청년이 떠난다 ◆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이 침체하고 청년(15~29세)들의 생산직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난 10년간 부산·울산·경상남도(부울경) 지역 고용률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을 이탈한 청년들이 고임금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입되면서 서울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청년 고용률이 가장 높았다.

19일 매일경제 의뢰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전국 16개 시도의 지난 10년간 고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울산의 고용률은 올해 3분기 기준 전국 15위(57.5%)로 나타났다. 한국 제2의 대도시로 꼽히는 부산은 16위(56.2%)로 더 낮았고, 경남은 8위(60.8%)에 머물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 청년 인구는 13만1000명 급감했으며, 경남 청년 인구는 6만8000명, 울산은 2만9000명 줄었다. 부울경 지역에서 10년 새 청년 약 23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 전반의 지방 소멸 기류를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감소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부산 청년 인구가 2010년 68만7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청년 5명 중 1명(19%)이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부산 인구가 17만명 줄었는데 그중 청년층이 13만명이었다. 울산과 경남은 지난 10년간 전체 인구가 늘었는데도 청년 인구는 각각 14%, 12% 줄었다. 부울경 지역에서 청년층 인구 23만명이 감소하는 동안 전체 인구는 800만명에서 783만명으로 약 17만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청년들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정규직·기술직을 선호하고, 문화·체육시설 등 근로 환경을 중시하는 반면, 부울경은 제조업 중심 생산직 수요가 높은 데다 노후한 산업단지 등 상대적으로 근로 조건이 열악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부산과 경남 비정규직 비율은 2010년 29.8%(2위)에서 지난해 38%(10위)로, 26.1%(1위)에서 35.3%(7위)로 각각 확대됐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부울경은 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산업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19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매경 원아시아포럼에서도 부산·울산·경남 기업인들은 제조업 위기 속에 동남권의 기업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김희래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적잖은 임금 줘도 금방 떠나"…울산 석화업체 부장의 푸념

서울로 몰리는 부울경 청년들

부산인구 10년간 17만명 감소
그중 13만명이 30세미만 청년
울산·경남선 MZ 인구만 감소

전국 새 일자리 30%가 서울
"공장보다 스타트업" 인식도

수도권 청년취업자 증가 속
서비스업 편중 문제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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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부산의 한 대학 구내에 마련된 취업지원센터에서 학생들이 일자리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부산·울산·경상남도(부울경) 지역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충우 기자]
"젊은 친구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걸 무척 암담해 하는 것 같습니다." 울산의 한 석유화학업체 A부장(47)의 푸념이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있지만 20·30대 젊은 직원을 붙잡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서울에서 스타트업의 사무직을 알아볼 예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조업 중심 지방경제에서 이탈한 청년들이 서울로 유입돼 구직 활동을 벌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은 타 지역 대비 일자리가 많은 데다 금융·보험, 정보기술(IT)·통신 등 고임금 업종이 집중돼 있고, 출퇴근 편의성이나 문화·체육시설 등 근로 환경이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서울이 10년간 높은 청년고용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고용률은 16개 시도 중 하위권으로 추락해 경기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울의 청년고용률은 51.5%로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서울의 청년고용률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전국 1~3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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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추이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구직 기회 자체가 서울에 가장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을 뽑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기업 수나 구인 인원 자체가 서울에 집중돼 있어 청년 취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반기 기준 전국 구인 인원 82만467명 중 서울 구인 인원이 24만633명으로 29%를 차지했다.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더라도 국내 기업 중 21.7%가 서울에 몰려 있다. 올해 서울의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총액도 44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로 전입한 전체 인구 528만2296명 중 직업 목적의 전입 인구는 162만7264명(30.8%)이다. 그중 20대 비중은 2013년 39.8%에서 지난해 49.5%로 절반 가까이 불었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도 지방 청년들의 '서울행'을 부추겼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서비스직 급여가 과거 대비 높아지자 고된 공장 일보다는 서울의 서비스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에서 공장을 다니다 상경한 B씨는 "일도 더 쉽고 도시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 힘든 공장 근무 대신 이직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급 기준 최저임금은 2017년 현 정부 출범 당시 6470원에서 내년 9160원으로 무려 41.6%나 증가했다.

반면 부산·울산·경상남도(부울경) 지역은 청년층이 빠져나간 자리를 65세 이상 노년층이 채우고 있다. 부산은 지난 10년간 전체 인구가 17만명(청년 13만명) 줄었지만 노년층은 24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울산과 경남의 전체 인구는 되레 2만명, 8만명 늘었다. 청년층의 경우 울산은 2만9000명, 경남은 6만8000명 줄었지만 노년층이 각각 6만2000명, 17만8000명 가파르게 늘며 전체 인구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청년 23만명이 사라진 자리를 노년층 48만명이 대체한 셈이다.

서울 취업자들 업종이 서비스직에 편중돼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기준 취업자 총 505만1000명 중 459만7000명(91%)이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을 포함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다미 한경연 책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기업 유치 등을 통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자영업자들에 대해 IT·디자인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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