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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이쁜줄만 알았는데…반려견이 암 코로나까지 진단해준다

이새봄 기자
입력 : 
2021-11-12 17:08:41
수정 : 
2021-11-12 21: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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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인구 1450만명
가족 넘어 `질병감시자` 역할


사람 땀·소변냄새로 질병 찾아
코로나 96% 암은 89% 맞춰

강아지 당뇨땐 주인도 당뇨위험
산책 식습관 공유로 질병도 닮아

반려견 키우면 운동량 20% 늘어
건강증진·비만예방도 도와줘

중성화 수술한 강아지 고환
남성 생식기 연구에 쓰이고
뇌조직은 노화 연구 기여
사진설명
동물이 아닙니다. 가족입니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키우는 강아지를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자신이 '집사' 혹은 '반려인'이라 불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450만명으로 파악되면서 반려동물은 새로운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혹은 가족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펫팸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개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특히 이들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돼 있다. 여기에 보태 이들이 '가족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가 과학계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강아지들은 주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헬스트레이너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질병감시자로서도 활약한다. 인간과 가까운 만큼 인간보다 앞서 관련 연구에 참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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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건강은 주인과 직결된다. 영국 의학저널(BMJ)에서는 최근 당뇨병이 있는 개의 주인은 당뇨병이 없는 개의 주인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과 스웨덴 연구진은 스웨덴의 동물 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4년 1월 1일부터 2006년 12월 31일까지 동물보험 이력이 있는 반려견 20만8980마리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반려견과 반려견 주인들을 6년간 추적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당뇨병이 있는 개를 키우고 있는 주인은 그러지 않는 강아지의 주인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38%나 늘어났다. 반면 고양이의 제2형 당뇨병과 주인 사이에서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가 반려견과 주인이 상당한 생활습관과 신체활동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양이와 주인 간 당뇨병 상관관계가 낮은 이유는 고양이는 주인과 생활습관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강아지와 주인은 산책 여부와 식습관 등이 상당히 비슷하다"며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식이요법이나 신체활동 수준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강아지와 주인의 당뇨병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또 "강아지가 주인의 당뇨병을 인지하는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역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인 역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신체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상당하다. 2017년 BMJ에는 반려견을 키우는 장년·노년층의 경우 그러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신체활동 수준이 20%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일평균 30분 이상 적었다. 정기적으로 개를 산책시키고, 실내에서도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면서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비만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반려동물과의 산책'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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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개는 인간이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위해 제거된 강아지들의 고환은 환경에 따른 남성의 생식력 변화에 대한 연구에 귀하게 쓰였다. 올해 4월 영국 잉글랜드 노팅엄대 연구진은 개 고환에서 발견되는 오염물질·화학물질에 대한 지리적 위치의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영국 전역,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 중성화 수술을 위해 제거된 개들의 고환 샘플을 확보해 분석했다. 이 결과 개가 사는 곳에 따라 개 고환에 존재하는 화학물질·고환의 이상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핀란드에서 확보한 강아지 고환에서 상대적으로 병리가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 책임자인 리베카 섬너 노팅엄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는 사람과 동일한 환경을 공유할 뿐 아니라 주인과 동일한 가정용 화학물질에 효과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남성의 생식력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팅엄대 수의학 학장인 게리 잉글랜드 교수는 "개는 인간의 '감시종'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고환에 연구를 집중해 지역적인 차이에 따라 남성의 생식 건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같은 달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후각이 뛰어난 강아지는 '개코'로 코로나19 진단에도 나서고 있다. 개들은 90% 이상의 확률로 땀과 소변, 침 냄새만 맡고도 코로나19 감염자를 걸러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의대 연구팀은 지난 4월 탐지견들이 인간의 소변과 타액 샘플 냄새만으로 96%의 정확도로 코로나19 감염자를 가려냈다고 밝혔다. 이미 핀란드 등에는 국제공항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탐지견이 배치된 사례도 있다.

2015년 미국 아칸소주립대에서는 훈련을 받은 개가 소변 샘플만으로 갑상선암이 양성인지를 밝혀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갑상선암은 흔히 발견되는 암 중 하나이며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으로 구분된다. 다른 기관으로 전이가 일어나는 악성종양의 경우 전체 갑상선 종양의 약 5%를 차지하고 95%는 양성종양이다. 이 연구에서 훈련된 개는 환자 34명의 소변 샘플을 통해 환자의 갑상선암이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88.2%의 확률로 가려냈다. 이들 중 15명의 환자가 암이었고 19명의 환자가 양성 갑상선 질환자였는데, 독일 셰퍼드 혼종인 강아지 '프랭키'는 이 중 30명의 병증을 구분해냈다. 연구책임자인 도널드 보드너 아칸소대 내분비종양학 교수는 "현재 갑상선암 진단 절차는 종종 불확실한 결과를 가져와 많은 불필요한 갑상선 수술을 초래하고 있다"며 "훈련된 개를 통해 의사가 갑상선암의 존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부당한 수술을 피하게끔 도와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인간의 오래된 친구인 개는 죽음 이후에도 노화를 막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위해 인간을 돕는다.

헝가리에 있는 '개 뇌·조직 은행(CBTB)'에는 주인과 함께 평생을 보냈던 약 130마리 개의 뇌와 기타 장기 조직들이 보관돼 있다. 이 은행은 의학적인 이유로 안락사를 해야 하는 개들의 뇌와 장기를 가족들의 동의하에 기증받아 인수한다. 이 정보는 인간의 노화 연구에 활용된다. 주인과 함께 평생을 보낸 반려견들은 실험실 동물과는 달리 유전적·환경적인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한 만큼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일반적으로 발병되지 않는 치매 등 노화와 관련된 상당한 질병을 인간과 공유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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