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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결제 상위 15%, 더 멀리가서 돈썼다…"이동거리 97% 회복"

신찬옥 기자
입력 : 
2021-11-07 18:32:43
수정 : 
2022-03-13 2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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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2억건씩 33개월치 분석
하위 15%집단은 86% 그쳐

9월 10㎞ 미만 이동한 사람
코로나 전보다 8만여명 증가
재택근무·집콕 수치로 확인

月 확진자수 6만명 육박에도
소비자거리지수는 회복세
◆ 매경-신한카드 빅데이터 리포트 ③ / 코로나 시대 소비 보고서 ◆

사진설명
매경·신한카드 소비자거리지수(CDI) 분석 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많이 결제하는 주 고객층은 싱글 가구와 영유아·청소년 자녀를 둔 가족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입구 앞 횡단보도에서 영유아 자녀와 함께 나온 시민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주형 기자]
매일경제신문과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개발한 '소비자거리지수(CDI)'는 막연하게 짐작했던 실태를 명확한 수치로 보여준다. CDI와 신용카드 오프라인 결제금액을 연계해 분석한 결과, 상위 15%는 하위 15%에 비해 누적 이동거리가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저기 많이 다니면서 돈을 쓴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됐을 때도 상위 15%는 다른 비교군에 비해 더 많이 움직이면서 소비했고, 올 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한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반면 하위 15%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동거리가 급격히 줄었고, 아직 많이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약 66억건(2억건씩 33개월)의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 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이동거리를 100으로 봤을 때 결제금액 상위 15%는 현재(1~9월 합계기준) 97까지 올라왔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작년에도 93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반면 오프라인 카드 결제 기준 하위 15%는 이동거리를 훨씬 더 줄였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2019년(100)과 비교해 지난해 82로 위축됐고, 아직도 86으로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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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프라인 결제 건만 분석했기 때문에 이 결과값이 소득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위 15%가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꺼릴 뿐 온라인에서는 파워 소비자일 수도 있고, 상위 15%가 외부 활동이 많은 저소득자일 가능성도 있다. 사람마다 소비 양상과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정제에 공을 들였다. 정태환 신한카드 BD플랫폼팀 부부장은 "상하위 5%, 10%로 봤을 때도 비슷한 결과값이 나왔다. 15%를 기준으로 한 것은 33개월 연속 소비한 고객의 모수가 가장 많아 데이터 분석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DI를 활용하면 신용카드 결제 빅데이터로 공간을 '재해석'하고 정책과 서비스를 '재설계'할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상권을 분석하고 경기를 살피는 데 유용하다. 최근 3년간 9월을 기준으로 전체 소비자 이동거리(카드 1회 이상 결제)를 분석해봤다. 9월 한 달간 10㎞(월 누적 기준)도 이동하지 않은 사람은 최근 3년간 각각 72만8000명, 81만5000명, 80만7000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주거지 근처에서만 소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재택근무가 확대된 영향일 수도 있다. 분석 결과 이동거리 70㎞까지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덜 움직인 사람이 늘었다. 반면 70㎞ 이상부터는 2019년보다 작년과 올해 결제고객 수가 줄었다. 동네 상권이나 오피스 상권보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경기 회복 체감도가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까지는 '보복소비 심리'가 집 근처와 도심 위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재난지원금 효과도 향후 CDI 변화로 짐작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금에도 저소득 가구의 이동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다른 소득, 즉 일자리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지방과 수도권, 주거지와 업무 중심지로 나눠 분석하면 주요 고객층의 소비 행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른바 동네 상권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사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오프라인 소비 회복세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 양상이 달라졌다. 배달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식당들 매출이 줄고 있고, 파리가 날리던 오프라인 식당은 속속 예약이 차고 있다. 아직 체감되지는 않아도 CDI는 오프라인 경기가 살아나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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