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부은 학생에 “술집 여자같다” 말한 교직원도
“3점짜리도 못 푸는 너희들, 멍청한 새끼들” “너의 생각은 (종이를 찢는 듯한 몸짓을 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돼” “너 같은 애들이 사회 나가서 문제 일으키는 거야”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으면 신호음이 두 번 가기 전에 받아야 되는 거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공개한 ‘학교 내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 실태조사’ 결과에 담긴 발언들이다. 해당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업 중 교직원으로부터 하대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70.3%에 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10월1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6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인적인 대화에서 하대를 받은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65.3%가 그렇다고 답해 수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개수업이나 공식 행사 자리에서 하대를 받은 경험은 33.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음은 “학생을 하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교직원 상당수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직원으로부터 하대를 받을 때 불린 호칭은 ‘야’가 71.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임마’(52.0%), ‘새끼’(43.3%), ‘자식’(39.2%), ‘녀석’(3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욕설을 들었다는 응답도 50여건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입술이 부은 학생을 향해 “안젤리나 졸리 같이 섹시하다” “술집 여자같다” 등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발언과 “남자는 울면 안돼” “동성애는 정신병이야” 등 차별과 편견이 담긴 발언, “내가 네 세특(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써줘” “한 번만 더 말대꾸하면 죽여버린다” 등 위협성 발언도 있었다.
학생들은 ‘한국 사회는 나이에 따른 수직적 문화, 그리고 어린 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질문에 83.1%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하고 친한 관계에서만 말을 놓는다면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가 될 것이다’라는 질문에 7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음은 “교직원이 학생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며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 차별적 문화의 개선 방안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의 날을 맞아 국회에서는 학생의 보편적 인권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학생에게 모욕을 주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등 학생인권 침해행위 명시(제17조의 2), 인권침해 조사와 구제를 위한 학생인권옹호관 설치(제18조의 5)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