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경제인구데이터 분석
8월까지 재택근무 114만명
팬데믹후 2년새 12배 폭증
8월까지 재택근무 114만명
팬데믹후 2년새 12배 폭증
SK그룹에서 일하는 이 모씨는 최근 석 달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씨가 소속된 팀은 팀장 재량으로 재택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7월 델타 변이 사태 이후 '재택모드'에 들어갔다. 그는 "출퇴근에 2시간씩 썼는데 통근 시간을 아껴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다음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체제로 전환돼도 탄력적인 근무체계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일의 행태가 바뀌는 가운데 올해 재택근무자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26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재택·원격근무제 근로자는 11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0만3000명)에 비해 2.3배 급증했다. 전체 임금근로자(2099만명)에서 재택근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2.5%에서 5.4%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만 해도 국내 재택근무자는 9만5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0.5%에 그쳤다. 하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국면 이후 최근 2년 새 무려 12배가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음달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돼도 재택근무 문화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 이후에도 매일 출근은 옛말…재택비중 20%까지 늘것"
재택근무 첫 100만명 돌파
출퇴근 시간 줄고 삶의 질 만족
MZ세대 특히 만족도 많아
메타버스·화상회의 기술 싹터
새로운 IT산업 생태계 자극
美선 "생산성 5% 증가" 분석
합리적 인사평가 체계 마련해야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의 근무 풍경이 급변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재택근무 근로자는 114만명(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재택근무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전체 임금근로자(2099만명) 중 재택근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2.5%에서 5.4%로 늘었다.
장성철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업종이 상당한데 아직 이들 업종까지 재택근무가 확산되지 않은 상태"라며 "향후 10년 안에 전체 임금근로자 중 재택근무자 비중이 10~2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달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국면으로 전환해도 재택근무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는 근로자들이 100만명 이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왕 깨어난 디지털 잠재력을 잘 살려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 새로운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를 자극하면서 직장인들의 업무 형태도 다각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지난해 코로나19 국면 이후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 주 2~3일 재택근무를 한 노동자는 통근비 등이 줄면서 월 소득이 5%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NBER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에도 자발적인 재택근무가 적절히 활용되면 최대 5% 수준에서 노동생산성이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재택근무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택근무 장점으로는 통근시간 절감, 유연한 업무 환경에 따른 삶의 질 개선, 우수 인력 확보 기회 증가, 이·퇴직률 하락에 따른 고용비용 경감 등이 손꼽힌다. 이 같은 장점은 고스란히 단점이 될 수 있다. 주거지와 근무지 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가사 부담 증가, 유기적인 의사소통 감소, 근무 태만 등 직원 관리비용 증대 등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도 갖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에서는 재택근무 여부가 우수 인력 확보의 중요 기준이 됐다"며 "합리적인 인사 평가 체계와 안정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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