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역대 최저… 한국 경제 온통 '경고등'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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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출구를 찾아라] (중) 적신호 켜진 각종 지표 / 소주성 부작용에 재정 투입해 지탱… “깨진 독에 물 붓기” / 수출 11개월째 하락 투자 위축 / 고용률 최고? 현실과 괴리된 지표 / 소주성? 실상은 재정주도성장 성장

한국경제의 위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올해 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수출과 투자, 물가, 고용 등에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역대 최악’ ‘역대 최저’ ‘마이너스’ 등의 수식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상황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추락’의 징후가 묻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 정부 정책이 오히려 민간 투자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자리 등 일부 지표를 놓고는 정부와 민간 사이에 큰 온도 차를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수출·투자 등 경제지표 ‘쇼크’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는 올해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하며 역대 최대폭 하락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는 지난해 12월 -1.2%를 시작으로 올해 1월 -6.2%, 2월 -11.3%, 3월 -8.4%, 4월 -2.1%, 5월 -9.8%, 6월 -13.8%, 7월 -11.1%, 8월 -13.9%, 9월 -11.7%에 이어 10월까지 이어졌다.

수출 부진 요인은 글로벌 리스크가 가장 크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유가 하락,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분쟁은 1년 내내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G2(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지금까지 양국이 공표한 관세 부과가 모두 실현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0.34%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부분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은 지난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재 품목에 대한 관세율 추가 인상을 유예한 상태다. 다만 협상이 또다시 갈등을 빚을 경우 올해 말까지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위축은 내수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투자한 금액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6% 이상 감소했다. 투자 감소는 최근 수년간 전체 투자를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불황과 함께 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

최근 투자 지표는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를 보면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2.9% 증가하는 등 반등세를 보인다.

◆불신만 키우는 고용지표

고용은 우리 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지난달 고용률은 61.7%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1%로, 1989년 이후 10월 기준 최고치다. 실업자 수는 88만4000명으로 2015년 이후 가장 적었다.

고용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고용시장의 ‘허리’인 40대의 상황은 특히 안 좋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6000명 줄었다. 이는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숫자(8만명)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40대 고용률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78.5%에 그쳤다. 경제활동의 주축이 될 나이인 40대가 고용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노인 취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 전체 취업자 증가수(41만9000명) 중 60세 이상 노인이 41만7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25만8000명에 달했다. 대부분 세금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에 투입된 노인이다.

좋은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 일자리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은 취업자가 8만1000명 감소해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인 19개월 연속 줄었다.

우울한 고용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9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은 현재 고용시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 부진으로 종업원을 해고하거나 퇴직 후 ‘1인 창업’ 인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청와대가 고용의 질 개선의 근거로 삼았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새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새 86만7000명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4%로 12년 만에 최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고용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는 수시로 “고용동향의 개선세가 뚜렷하다”,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주성’ 부작용… 성장률 발목 잡나

올해 ‘1%대 성장’이 현실화할 경우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소득주도성장을 내걸며, ‘고용 창출→가계소득 증대→내수 활성화→경기 부양’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재정주도성장’이라는 오명을 쓰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이 민간에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선순환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성장 기여도가 이를 반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정부 부문이 민간을 앞질렀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 확대되면서 지난 3분기에는 정부와 민간의 기여도가 각각 1.6%포인트, 0.3%포인트로 벌어진 상태다.

특히 빈곤층 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역설이다. 지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1분위 가구(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1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득이 뒷걸음질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5분위 소득은 942만6000원으로 3.2% 늘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경제가 근본적으로 산업이 부족하고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는데, ‘소주성’이라는 수요관리 정책을 펴니까 깨진 독에 물 붓기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정책이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키고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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