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교육청, 혐오표현 공동대응 선언.."청소년 10명 중 7명 혐오표현 경험"

이보라 기자 2019. 11. 15. 1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2019년 혐오표현에 대한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 인권위 제공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냐?” “이슬람은 다 테러리스트야” “동성애자 그거 정신병자 아니야?” 국가인권위원회가 15일 밝힌 혐오표현 사례다. 이날 인권위는 서울특별시교육청 등 4개 지역 교육청과 함께 혐오표현 대응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사례도 함께 전했다. 국가·행정기관이 혐오표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과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교육청 교육감과 혐오표현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학생과 교사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혐오와 차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 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인권위 등은 공동선언문에서 “특정 집단과 개인에게 모욕·비하·멸시·위협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선전하고 선동하는 혐오표현은 교육공동체 안에서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힌다”고 했다. ‘자율규범 마련을 위한 협력과 지원’ ‘대항표현 교육·인식개선 캠페인·실태조사 등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공동협력’ 등도 공동선언문에 담겼다.

인권위 등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시작으로 교내 혐오표현 대응 가이드라인 제작에 들어간다. 2020학년도 1학기에 맞춰 초안을 발표하고 후속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인권위는 “교육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시작된 혐오표현 대응 공동선언과 이어질 활동이 범사회적 혐오표현 대응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만 15세 이상 17세 이하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9일부터 14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혐오표현을 접한 청소년은 10명 중 7명(68.3%)으로 나타났다. 이 중 82.9%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 청소년 절반 이상이 학교(57%)에서, 친구(54.8%)로부터 혐오표현을 접했다. 혐오표현 사용자가 학교 선생님인 경우도 17.1%에 달했다.

청소년 4명 중 1명(23.9%)이 혐오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절반 이상이 재미나 농담(53.9%)으로, 남들도 사용해(57.5%) 혐오표현을 썼다. 혐오표현 내용 자체에 동의한다는 답도 60.9%였다.

인권위가 이날 발표한 교내 혐오표현 사례를 보면 ‘예전이었으면 여자들은 대학도 못 갔어’ ‘여자가 왜 얌전하지 못해?’ ‘화장은 예의지’ ‘지금 공부하면 남편 직업, 부인 얼굴이 바뀐다’ ‘남자애가 왜 이렇게 수다를 떨어?’ 등 성별에 근거한 혐오표현이 많았다.

‘치킨 시켜 먹을래? 치킨 배달 할래?’와 같이 특정 직업군을 비하하거나 ‘장애인 같은 짓 좀 하지마!’처럼 장애인을 차별하는 발언도 눈에 띄었다. ‘게이새끼’ ‘동성애자 그거 정신병자 아니야?’ 등 성소수자 혐오표현도 있었다.

혐오표현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4명 정도가 위축감(40%), 두려움과 공포심(37.7%)을 느꼈다고 답했다. 자유로운 표현이 위축됐다는 응답도 38.9%였다. 청소년들은 직접적인 반대의사를 표현(43.7%)하기 보다 무시하거나(70.5%)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이나 장소를 회피(64.5%)하는 등 소극적 방식으로 행동했다.

대다수 청소년들은 혐오표현이 향후 범죄로 이어질수 있다(86.2%)고 답했다. 사회갈등이 심화(84.8%)되고 차별도 심화(82.3%)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국민인식 개선 교육 캠페인 강화가 필요하다(88%)고 답했다. 인권·다양성 존중 등 학교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응답이 86.4%,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84.1%로 뒤를 이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