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토토일 시대 올까.. "美기업 25% 주4일제 도입"

김지섭 기자 2021. 8. 27.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EU 등 선진국서 점차 확산

일주일이 ‘월화수목 토토일’인 시대가 열릴까.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후 재택·유연 근무가 확산하면서, 일부 직종에서 ‘주 4일’ 근무에 대한 기대감이 싹 트고 있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나인투식스(9 to 6·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지 않아도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자, 틀에 박힌 근무 형태 전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이다. 지난 3월 기업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약 97%가 “주 4일제(혹은 4.5일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로버트 버드 교수(경영법)는 “주 5일제는 고정 불변의 근무 형태가 아니다”라며 “주 4일제 기업은 급여 못지않게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주4일제 /일러스트=김영석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 확산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주 4일제를 법제화하거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이다. 저(低)성장에 따른 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1990년대부터 일자리 증대 차원에서 주당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프랑스 전국경제학박사협회(Andese)는 1995년 “기업 평균 노동시간을 20% 단축해 150만~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주 4일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덴마크와 스웨덴, 네덜란드에서 주 4일제가 일부 시작됐고, 스페인 정부는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5~2019년 일부 근로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했고, 최근 이를 전체 노동 인력의 86%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점차 주 4일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집권 자민당이 주 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도 회원사에 재택근무와 주 4일제를 권장하며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에서는 “기업 4곳 중 1곳 이상(27%)이 4일제를 도입했다”는 통계(2019년 미국인사관리협회)가 발표됐다. 미국 구직사이트 ‘지프(Zip)리크루터’에 따르면 주 4일 근무를 언급한 채용 게시물의 비율은 지난 3년 새 3배가량 늘었다.

정부 방침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주 4일제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 주 4일제가 회사의 운영비 절감은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지사는 지난 2019년 직원 2300여명을 대상으로 5주간 주 4일제를 시범 시행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40%나 늘어나고, 회사의 전력 소비와 인쇄 페이지 수도 각각 23%, 60%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뉴질랜드 사무소 직원 80여 명을 대상으로 올 한 해 주 4일제를 테스트 중이다. 결과가 좋으면 전 세계 15만여 명의 직원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스페인 통신기업 ‘텔레포니카’는 직원 10%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험하고 있고, 일본 금융그룹 ‘미즈호 파이낸셜’은 4만5000여 명의 직원에게 주 3일 또는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시기상조” 반대 여론도 높아

국내 일부 기업도 선제적으로 ‘주 4일’이나 ‘주 4.5일제’ 등을 도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 플랫폼 회사 여기어때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고, 신생 게임회사 ‘엔돌핀커넥트’ 등이 최근 주 4일 근무를 시작했다. 독서 플랫폼 회사 ‘밀리의 서재’는 평소 업무량이 적은 기간(지난 5~6월)에 한해서 주 4일 근무를 운영했다. 교육기업 에듀윌과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도 주 4일제 기업으로 유명하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사내 복지가 열악하기 때문에 근로 시간 단축을 ‘인재 유치’를 위한 방편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기업 중에서는 SK가 대표적이다. 그룹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격주 4일 근무를 하고 있고, SK텔레콤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이 휴무다.

주 4일제는 국내에서도 서서히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주 4일제를 통한 업무 및 경영 효율성 향상 외에 일자리 증대, 여가 산업 확대, 육아 부담 완화에 따른 출산율 제고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상적 제도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건상 주 4일제가 가능한 사업장은 극소수일 뿐이고, 생존을 위해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급여 삭감을 동반한 주 4일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도 주 4일제 확산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잡플래닛의 직장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63.1%가 “월급이 줄어든다면 주 4일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 일례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국내 2800만 근로자 중 ‘주 4일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근무 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구상도 허황된 얘기”라고 했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