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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축구장, 노마스크로 꽉 찼다...英 '위드 코로나' 이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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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영선 기자, 봉쇄 완전해제 런던 르포

지난 21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번리전 모습.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 관중이 찾은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5만 관중의 함성 속에 리버풀이 2-0으로 승리했다. 코로나와의 전쟁 2년째, 방역 규제 대신 ‘위드(with) 코로나’를 선택한 현재 영국의 풍경이다. 백신 접종률 76% 덕이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번리전 모습.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에 관중이 찾은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5만 관중의 함성 속에 리버풀이 2-0으로 승리했다. 코로나와의 전쟁 2년째, 방역 규제 대신 ‘위드(with) 코로나’를 선택한 현재 영국의 풍경이다. 백신 접종률 76% 덕이다. [AP=연합뉴스]

치명률 6개월 새 3.3% → 0.35%로
접종 완료 76%, 중증환자 줄자 선택
2분기 성장률 4.8%, 지표 회복세

전문가 “집단면역 불가능, 중증 집중”
일각선 “정부가 비윤리적 실험” 비판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쪽 최대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 런던’.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출현 이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인기 카페와 식당엔 대기자가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초콜릿 시식이나 화장품 테스트 행사도 제한 없이 진행됐다. 오후 5시쯤이 되자 24만㎡ 규모의 쇼핑몰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방문객의 절반 정도는 마스크 없이 쇼핑했다. 특히 어린이나 젊은 층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영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2058명. 지난 17일 신규 확진자는 3만6580명에 달했다. 쇼핑몰에선 누구도 이를 크게 의식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화장품 브랜드의 직원은 “(코로나 전인) 1년 반 전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손님이 돌아오고 판매도 회복돼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감염이 무섭지 않은지 묻자 “더블(2차) 접종자인 데다 젊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외여행 규제 빼면 코로나 이전 복귀  

20일 영국 런던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 런던을 찾은 사람들. 대체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시식회 등도 제한 없이 진행됐다. 전영선 기자

20일 영국 런던 복합 쇼핑몰 웨스트필드 런던을 찾은 사람들. 대체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시식회 등도 제한 없이 진행됐다. 전영선 기자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영국은 ‘위드(with) 코로나’(코로나와 공존)를 선택했다. 지난달 19일 초·중등학교 방학에 맞춰 잉글랜드가 봉쇄를 모두 푼 데 이어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도 코로나 규제를 걷어냈다.

지난 4월부터 4단계로 나뉘어 진행한 봉쇄 완화 계획을 모두 마무리 짓고 그 어떤 나라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해외여행 관련 규제만 빼면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했다.

축구장과 각 공연장, 나이트클럽은 정원까지 꽉 채울 수 있다.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경우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자가 격리하지 않는다.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해 음성이면 제약 없이 활동한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써달라는 당부가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대형 마트나 공연장 등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개인의 선택이다.

이런 결단은 순조로운 백신 접종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것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21일 현재 16세 이상 성인 인구 중 백신 2차 접종자는 전체의 76.3%. 1차 접종을 마친 성인은 전체의 87.5%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33주 차 백신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죽거나 심하게 앓을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2차 접종을 한 경우 알파 변이에는 93%, 델타 변이에는 96%가 보호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물론 백신 방어 효능이 얼마나 지속할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영국은 코로나 박멸을 기다리는 대신 코로나 속 일상으로의 복귀를 택했다.

1~3차 웨이브(확산) 당시 보건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킨 중증 환자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가능했던 선택이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가 4만 명에 육박한 지난 1월에 비하면 현재는 양호한 수준(6000명대)이다.

봉쇄를 완전히 풀면 확진자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빗나갔다. UEFA 유로 2020 기간(6월 11일~7월 11일) 축구 팬 이동으로 5만 명대까지 증가한 확진자 수는 대회 종료와 함께 떨어졌고, 봉쇄 해제 이후에도 감소세는 계속됐다. 지난 1월 21일 1820명을 기록한 하루 사망자는 현재 100명 안팎. 17일 기준 1주간 치명률은 0.35%다. 4단계 이행일 0.15%보다 올랐지만 2월 한때 3.3%, 3단계에 이른 5월 17일 기준 0.52%보다는 낮다.

여기에 경제난 등 다른 사회 문제를 고려해 봉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주장도 ‘위드 코로나’를 택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16개월 동안 영업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식당·펍 등 소규모 영업장과 서비스 부문의 불만이 한계에 달한 것도 부담을 키웠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봉쇄 완전 해제를 앞둔 지난달 5일 “날씨가 따뜻하고 방학이 시작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규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되 각자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접종연령 낮추고 부스터샷 준비

영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의 코로나와의 공존 선택이 옳은지 현재로는 단언하기 어렵다. CNN 등에 따르면 일각에선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3만1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한다. 4단계 완화 전 영국 과학자 1200명은 “정부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경제 지표는 회복하고 있다. 지난 12일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비필수 점포 영업이 부분 재개된 2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4.8% 증가했다. 영국은행 전망치(5%)엔 못 미쳤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 “10월께 영국 경제는 2020년 2월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이끈 앤드루 폴러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 10일 초당파 모임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검사하고 중증 입원 환자 치료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러드는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자도 잘 감염시키는 새 변이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의 고비는 신학기가 시작하고 실내 활동이 증가하는 가을이 될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백신 접종 연령대를 16~18세로 확대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은 “9월 중 건강 취약층에 대한 3차 접종(부스터 샷)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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