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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해는 살려달라는 SOS…코로나시대 10대들이 위험하다

김명환,이윤식,이진한,차창희,김금이 기자
입력 : 
2021-08-15 17:57:21
수정 : 
2021-11-11 1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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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콕에 신체활동 확 줄어
하루 평균 3시간 온라인 접속
자살 등 유해정보 쉽게 노출
부모와 갈등도 극단선택 촉발
◆ 코로나블루 내몰린 청소년 /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① ◆

사진설명
지난해 충남의 한 원룸에서 홀로 살던 중학생 A군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한 사회복지사가 쓰러져 있던 A군을 발견해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당시 A군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자 A군은 집 안에서 장기간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정서적 관계고리가 끊어진 상황에서 A군이 극단 선택의 위험 속에 빠졌던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 청소년들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화되고 있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체활동은 줄어든 반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 세상'에 빠져 지낸다는 얘기다. 성장기인 청소년들은 작은 감정적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유례없는 전염병 시국으로 인한 청소년 생체리듬 변화에 따른 부모·교우관계 갈등, 왕따, 우울감 등 부작용 확산이 극단 선택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소년들의 53.2%가 학업과 관련 없는 컴퓨터, 스마트폰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온라인 활동에 2.99시간을 쏟고 있다. 그에 반해 청소년들의 신체활동량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무려 67.5%나 줄었다. 남자 청소년(63.6%)보다 여자 청소년(71.4%)의 신체활동이 크게 줄었다. 청소년들이 야외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발달 중인 청소년들이 온라인 활동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고 신체활동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현실에서 우려할 만한 부분은 디지털 공간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가 온라인 게시글 5만3114건을 점검한 결과 청소년 유해정보를 포함한 게시물이 2만378개에 달했다. 특히 자살 유발 정보가 338건, 불법사금융 176건, 불법 도박 1161건, 마약류 1187건 등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가 많았다. 청소년들이 성적 모욕감, 스토킹 등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소 중 온라인 비중(44.7%)이 가장 많은 것도 문제다.

'집콕'에 빠진 청소년들이 많다 보니 친구들과 정서적 교류를 나눌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청소년들의 우울감, 불안감을 자극함과 동시에 '사이버 따돌림'이 발생하기도 하는 현실이다.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교사, 학부모가 거론된다. 익숙한 공간인 집을 벗어난 청소년의 사회적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교사이기 때문이다. 학생 극단 선택 촉발 요인 중 '부모와의 갈등'이 18%를 차지하는 현실로 부모 교육 강화도 중요하다.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학생 자살 예방을 위한 총예산으로 약 131억원을 추산했다. 이 중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비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살(자해)을 시도해 신체적 상해나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위한 치료비 지원 규모는 2021년 4억원으로 2020년(6억원), 2019년(10억원)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 있는 청소년들의 요구를 발굴해 전통적인 마음건강 증진 및 사회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교수)은 "청소년들의 일상과 생활 방식에 대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업 스트레스, 고독, 빈곤 위험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소속감을 안겨줄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획취재팀 = 김명환 팀장 /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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