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졸이는 주식·코인 ㄴㄴ”…부담 없고 쏠쏠한 ‘Z세대 슈테크’

김은성 기자

신발로 돈 버는 1020

‘슈테크’는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불리는 명품 리셀과 달리 20만원 안팎의 여윳돈만 있어도 참여할 수 있다. 브랜드 공식 사이트보다는 리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는 리셀러들이 더 많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현대백화점과 협업해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문을 연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  현대백화점 제공 사진 크게보기

‘슈테크’는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불리는 명품 리셀과 달리 20만원 안팎의 여윳돈만 있어도 참여할 수 있다. 브랜드 공식 사이트보다는 리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는 리셀러들이 더 많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현대백화점과 협업해 ‘더 현대 서울’ 지하 2층에 문을 연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 현대백화점 제공

한정판 운동화 되팔아 용돈벌이
“주식처럼 전액 날릴 위험 없어”
SNS서 ‘리셀테크’ 언급 43% ↑

가수 지드래곤·나이키 협업 제품
21만원짜리, 300만원 ‘희귀템’ 돼
국내 대기업 등 자체 플랫폼 출시

대학생 허모씨(23)는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한정판 운동화 발매 응모 일정을 확인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운동화에 관심이 많았던 허씨는 하루 10분 정도 리셀 전문 플랫폼으로 운동화 시세 등을 파악한다. 그는 “터치 몇 번으로 당첨만 되면, 리셀(재판매)로 많게는 두 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어 용돈벌이로 ‘슈테크’를 한다”며 “안 팔리면 신으면 된다. 코인이나 주식처럼 전액을 날릴 일이 없고 투자하는 데 드는 수수료나 전문지식이 필요 없어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슈테크’(신발+재테크)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마니아들 사이에 유행하던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Z세대는 1994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다. ‘큰손’은 아니지만 향후 소비 패턴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한국소비자원이 Z세대의 소비 특성을 알기 위해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중고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Z세대의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언급량은 2018년 1183건에서 2020년 2946건으로 매년 늘어났다. 특히 한정판 운동화 등을 거래하는 ‘리셀테크’(리셀+재테크) 관련 언급량은 2018년 1만5247건에서 2020년 2만1802건으로 43.0% 늘어났다.

리셀테크와 함께 언급된 키워드로는 ‘신발’과 ‘나이키’가 3년 연속 1~2위를 차지했다. 소비자원은 “운동화가 수집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젊은이들이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며 “Z세대를 중심으로 한정판 운동화에 대한 리셀테크가 활성화되고, 브랜드 신발을 중심으로 리셀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테크는 샤테크(샤넬+재테크)로 불리는 명품 리셀과 달리 20만원 안팎의 여윳돈만 있어도 참여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운동화를 구입하려는 마니아층이 탄탄하고, 한정판인 만큼 발매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수익률은 5~200%까지 천차만별이다.

리셀을 하려면 희소성 있는 한정판부터 보유해야 한다. 통상 브랜드 공식 사이트 등에서 드로(draw·제비뽑기)와 래플(raffle·추첨복권) 응모 등으로 발매 제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당첨 확률이 낮아 리셀 전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셀가는 사이즈가 몰리는 구간일수록 비싸다. 셀럽과 협업한 상품이거나 디자인 등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지난해 8월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출시한 21만9000원짜리 운동화는 리셀 시장에서 300만원으로 몸값이 뛰었음에도 없어서 못 파는 ‘희귀템’이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지난 4월 인천 SSG랜더스 필드 방문 시 착용한 운동화를 리셀로 구매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동화 리셀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미국 스타트업 스톡엑스는 창업 3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됐고, 또 다른 플랫폼 고트는 대규모 투자 유치로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에선 슈테크(炒鞋·차오셰)가 광풍으로 번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코에 따르면 세계 운동화 리셀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다. 업계는 한국 시장을 이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코웬앤드코는 2025년까지 60억달러(약 6조9000억원)로 시장이 세 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작년을 기점으로 대기업과 유통 공룡이 리셀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리셀 플랫폼 ‘크림’을, KT 자회사 KT엠하우스는 ‘리플’을 출시했고, 롯데쇼핑은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고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도 ‘솔드아웃’을 선보였다. 고가 명품이 주력 상품인 갤러리아·롯데·현대 백화점 등도 파트너사와 리셀 매장을 열고 협업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건의 가치를 사용과 경험에 두는 Z세대가 개성 있는 희귀템을 찾아 소비하고 판매하는 것을 놀이로 여기면서 리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골수 마니아’들이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하는 쇼핑몰을 넘어 하나의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신발이 이른바 ‘떡상’(가격 등이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으로 거래되는 건 아니다. 상품 구입이나 판매 전 리셀 플랫폼이나 전문 커뮤니티에 들어가 틈틈이 시세를 확인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구매한 해외 직구 상품을 쓰지 않고 타인에게 되팔면 관세포탈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리셀러가 파는 상품이 ‘가품’일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리셀 플랫폼엔 판별 전문가가 있지만, 가품을 모두 막는 건 불가능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리셀 플랫폼 관련 소비자 상담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었다”며 “검수 기준과 가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약철회 상담 비율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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