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 '백약이 무효'인가…커지는 빚투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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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2. 오전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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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79조 눈덩이 증가…은행권 51조, 2금융권 27조

영끌 빚투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대출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광풍 속에서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강력한 대출 억제를 공언했으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가계대출 증가세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정책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의 총량 관리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산시장에 홍수를 이룬 유동성 흐름을 억제해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계대출 고삐가 풀렸다…1∼7월 78조원 증가 금융위원회가 11일 내놓은 '가계대출 동향'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개월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조9천억원)보다 32조9천억원(71.6%)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1∼7월 증가 폭(23조7천억원)의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래픽] 가계대출 증가액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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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작년의 경우 농협,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사 등 제2금융권 대출이 1∼7월 2조4천억원 감소했으나 올해는 27조4천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7월 한 달만 보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은 15조2천억원으로 전월(10조3천억원)보다 컸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간 8∼8.5%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은 9.6∼10%의 높은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7조5천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조7천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입이나 전세대출, 아파트 분양 등에 따른 집단대출이 골고루 늘었고 기타대출은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등의 공모주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많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7천억원 늘어 동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올해 1∼7월 증가액은 51조4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8조2천억원)보다 6.6%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월말 현재 1천40조2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1% 늘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전세 관련 자금 수요와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를 위한 기타대출 수요, 코로나 관련 생활·사업자금 수요 등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발 없는 대출 억제…금리인상 뿐인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영끌 빚투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감독 수단을 동원해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은 위원장은 상반기(1∼6월) 증가율이 연율로 환산하면 8∼9%여서 연간 증가율을 5∼6%로 맞추려면 하반기에는 증가율을 3∼4%로 억제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의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대상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의 6억원이 넘는 주택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 5월부터는 종전 상호금융권에만 적용했던 비주택 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를 은행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했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하지만 아직 약발은 듣지 않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영끌, 빚투 열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는 탓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집값과 전·월세를 밀어 올리고, 이는 다시 가계대출 증가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의하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8.67%로 작년 한 해 상승률(8.35%)을 이미 넘어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3%로 규모와 증가 속도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월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전체 규모가 급증해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작은 충격도 위기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에 선제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식에서 민간 부채 문제와 관련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소위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시장 버블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라는 표현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경고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면서 "세금과 대출 등의 수요 억제책에서 공급 확대와 교통 인프라 혁신 등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면 가계대출 증가세도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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