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진 지구의 역습…선진국도 `발등의 불`
"태풍 21세기 말에 14배 늘것"
전문가들 극단적 변화 경고
산불·홍수 인명피해 커지자
기후협약 내놓으며 대응 속도
"태풍 21세기 말에 14배 늘것"
전문가들 극단적 변화 경고
산불·홍수 인명피해 커지자
기후협약 내놓으며 대응 속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염과 폭우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유럽 대륙이 따뜻해지면서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이변 현상도 잦아졌다는 분석이다. 유럽 대륙 평균기온은 20세기 초와 비교해 섭씨 2도 정도 올라갔다. 따뜻해진 공기가 습기를 품으면서 폭우도 잦아졌다. 취리히공대는 1981년부터 2013년 사이에 유럽에서 폭우가 내린 날이 이전 30년과 비교해 45% 늘었다고 분석했다.
인류에 재앙을 주는 고난은 대체로 부국보다 빈국에 가혹했다. 코로나19만 하더라도 일찌감치 백신을 마련해 접종에 들어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일상 회복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 재난은 서유럽과 북미 등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서유럽을 강타한 홍수와 같은 재해가 기후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훨씬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육지에서 매우 느리게 이동하며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리는 태풍이 21세기 말에 현재보다 최대 14배가량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이클 E 맨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센터 소장은 최근 몇 주 동안 기상분석 모델에 한계가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맨 소장은 "현재 모델은 극단적 기상 현상을 분석할 때 기후변화 충격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 맥과이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기후의 안정성이 점점 더 빨리 붕괴하는 상황에서 긴급 대응과 관련해 인류가 지독한 곤경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로 백신을 개발한 것처럼 인류는 이번 기후 재앙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제기된다. 지금까지 구호성에 그쳤던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연재해에 취약한 개도국들이 선진국들에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은 2013년 태풍 하이옌에 큰 피해를 본 뒤 당시 난항을 겪던 새 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되도록 선진국들이 긴급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9)는 당시 만료를 앞둔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 체제를 내는 데 실패했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15년에야 체결됐다.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개도국에 기후변화 1000억달러 제공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재원 방법이 결여됐다는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북극의 얼음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녹고 있다. 지구촌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할 때 북극은 3도 이상 급상승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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