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021년 4월 1일 유권자들이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경춘선숲길에서 열린 한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이덕훈 기자

20대 대선을 앞두고 전체 유권자 중에서 중도층이 가장 많고, 보수층과 진보층 중에선 보수층이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2월에 실시한 주간 여론조사를 통합한 월별 집계(표본 3002명)에서 응답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중도 34%, 보수 28%, 진보 23%였다(모름·무응답 15%). ‘당신의 정치적 성향은 어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이렇게 답한 것이다.

한국갤럽이 매달 발표하는 유권자 정치 이념 조사를 보면 2016년 초반까지는 보수층(31%)이 진보층(25%)보다 다수였다. 하지만 2016년 말 탄핵 정국 이후인 2017년 초에는 진보층(37%)이 보수층(27%)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5월 대선은 진보층(37%)이 중도층(27%)과 보수층(23%)보다 많은 ‘진보 우위’ 유권자 지형에서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작년 4월 총선도 유권자 분포는 진보층 33%, 중도층 26%, 보수층 25%였다.

전국 유권자 주관적 이념성향 분포 변화

한국갤럽 월별 자료에서는 지난 1월에도 진보층(28%)이 보수층(25%)보다 많았다. 하지만 4·7 서울·부산 재·보선 직후인 5월 유권자 지형 변화가 시작됐다. 5월 조사에서 보수층(27%)이 진보층(26%)을 앞섰고 최근에는 보수층 증가와 진보층 감소가 더 뚜렷했다. 중도층도 1월 31%, 5월 32%, 12월 34%로 증가하면서 보수층과 진보층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지형이 바뀌면서 중도층 표심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내년 3월 대선이 지난 대선 및 총선 등과 달리 ‘중도 우위’ 지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중도층 표심 공략이 곧 내년 대선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층은 ‘이념 투표’보다는 자신의 삶과 연관된 ‘이익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도층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아직까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일상 메트릭스 대표는 “상당수 조사에서 중도층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가 60% 가량에 이르고 있지만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는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며 “중도층은 선거 막판까지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보면서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나이별로 정리한 2021년 연간 통합 자료(표본 4만7000명)에선 대선의 ‘캐스팅 보터’로 주목받는 50대의 변화가 컸다. 전 연령층 중에서 보수가 진보를 앞서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지난해 57세에서 올해에는 55세로 낮아졌다. 54세는 진보(32%)가 보수(24%)보다 많았지만, 55세부터는 보수(29%)가 진보(25%)를 추월했다. 정당 지지율도 흐름이 비슷했다. 54세(민주당 42%, 국민의힘 30%)까지는 여당 지지가 더 높았지만, 55세(국민의힘 33%, 민주당 32%)에선 야당 지지가 앞서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과거 386세대인 50대는 나이가 들어도 보수화되지 않고 진보 성향이 남아있는 ‘탈(脫)보수화’ 경향이 강했지만, 진보를 표방한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최근 성향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