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안전이 나의 안전” 확인한 ‘초연결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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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2. 오전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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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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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생활 견디게 해준 스마트폰
가짜뉴스 넘치는 부작용 있지만
신뢰·투명·전문성 가치 확인
‘코로나19’가 바꾸는 세상 풍경 7가지

지난달 27일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지적했듯 병균은 문명을 바꿔온 인류 역사의 낯익은 불청객이다. 코로나19는 지금까지의 감염질환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모습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인류의 일상은 달라졌다. 최초의 ‘인포데믹(정보전염병)’으로 불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우연과 일시적인 게 아니라 초연결 세상의 구조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디지털 세상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가 바꾸고 있는 모습을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7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1. 인공지능이 먼저 감지

코로나19 확산을 가장 먼저 예측한 것은 권위 있는 전문기관이 아닌 인공지능이었다. 지난해 12월31일 캐나다의 감염질환 예측 신생기업 블루닷이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세계보건기구는 각각 7일, 10일 뒤늦게 확산 경고를 냈다. 진원지인 중국 정부가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었지만 블루닷의 인공지능은 65개국의 뉴스와 해충 현황, 국제선 승객 데이터 등을 수집해 질병 확산을 조기에 예고했다.

2. 루머 넘치는 ‘인포데믹’

불안과 공포는 폭발적 정보 수요를 낳았다. 뉴스와 소셜미디어 등 정보채널의 트래픽이 폭증했고 미확인 루머와 의도적인 가짜뉴스도 넘쳐났다.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과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음모론적 가짜뉴스가 뒤섞인 인포데믹은 불안과 공포를 부채질했지만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과 시약 개발 등 국제적 보건 공동대응도 빠른 정보유통에 힘입었다.

3. 상세한 위치추적과 신원파악

한국의 대규모 의심자 진단과 확진자의 상세한 동선 공개는 세계 보건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2015년 메르스 때 감염자 동선 파악에 실패한 것을 계기로 관련 법령이 개정돼 보건당국이 감염 차단에 필요한 경우 본인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통신정보와 폐회로티브이(CCTV) 등도 활용한다. 대구 집회 참석을 부인하던 신천지 확진자 등 많은 거짓말을 밝혀냈으며, 청주에선 확진 기사의 개인택시에 탑승한 현금승객을 포함한 68명 전원을 파악해 격리했다. 초감시 사회의 단면인 효율성과 우려가 함께 드러난 장면이다.

4. 비밀주의·권위주의 흔들

코로나19는 사태 원인과 전개 방향을 모르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밀주의와 중앙통제로 운영해온 조직들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치명상을 안겼다. 바이러스 확산 초반의 중국 정부와 국내 신천지 조직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전파 및 폭발적 관련정보 유통을 막을 수 없는 감염증 상황은 비밀주의와 권위주의에 거대한 균열을 낸다는 것을 보여줬다.

5. 전문성과 투명성 가치 확인

해법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전문가와 투명성에 의존해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 100명 미만의 확진자가 나온 싱가포르나 홍콩 등에서는 시민 불안 속에 사재기 사태가 일어났다. 외신들은 확진자가 폭증했지만 한국에선 사회 기능이 유지되며 사재기 같은 사태가 없는 상황을 비교하며 주목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보건 당국이 상세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브리핑하면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준 게 배경이다.

6. 격리속 연결의 도구 스마트폰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자를 접촉한 수많은 사람이 2주간 강제격리와 자가격리에 들어가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순기능과 의존성이 새삼 확인됐다. 유달리 수많은 사람이 외부세계와 단절되는 격리 상태에 놓였지만 스마트폰 덕분에 어느 때보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하며 버텼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이용자 문화가 대규모 자가격리 정책의 든든한 뒷배가 됐다.

7. 정보리터러시의 중요성

홍수가 났을 땐 먹을 물 확보가 관건이다. 온갖 미확인 정보가 넘쳐나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조직과 투명한 정보의 가치 그리고 이를 판단하는 정보판별능력(리터러시)의 가치가 중요해진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은 일찍이 없던 초격차 사회를 예고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디지털정보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의 삶을 알려줬다. 다른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나와 사회가 절대로 안전할 수 없는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 확인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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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프로필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의 눈으로 디지털과 인공지능 세상을 바라봅니다. 1990년 <한겨레>에 입사해 주로 정보기술 분야를 취재해왔으며,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을 지냈습니다. 편리하고 강력한 기술의 반짝거림 너머 기술로 인해 사람과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만나게 될지에 주목합니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뉴스, 믿어도 될까?>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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