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공황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남상훈 2020. 2. 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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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환자가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당신이 갖고 있는 질환은 공황장애"라고 말해주면 "그게 뭔가요?"라고 의아해했는데, 요즘은 "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스스로 진단 내리고 클리닉을 찾아온다.

삶이 실패한 것 같고, 공황장애 때문에 패배자가 된 것 같고,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진다.

그런데 공황장애 치료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획기적인 상담이나 명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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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에 몰입하려는 '용기'가 핵심 / '까짓것 별 것 아니네' 하는 자세 바람직
공황장애 환자가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당신이 갖고 있는 질환은 공황장애”라고 말해주면 “그게 뭔가요?”라고 의아해했는데, 요즘은 “내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스스로 진단 내리고 클리닉을 찾아온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목이 조여 들고,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확 몰려들면서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닐까’라는 공포가 덮치듯 찾아온다. 이런 증상을 공황 발작이라고 한다. ‘공황 발작이 또 찾아오면 어쩌나?’라는 예기 불안이 생기고 “무서워서 지하철을 못 타겠다”는 회피 행동이 따라붙으면 공황장애라고 진단한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완치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공황장애를 완전히 없애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치성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약물도 효과적이고 상담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100% 효과적일 수는 없다. 맹장은 한 번 떼어내면 평생 맹장염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공황장애는 그렇지 않다. 재발을 잘한다. 불안 때문에 일상에서 계속 고통을 겪는다. 공황 발작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장기 목표를 못 세운다. 사람을 꺼리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 가는 것도 두려워진다. 삶이 실패한 것 같고, 공황장애 때문에 패배자가 된 것 같고,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진다.

치료를 잘 받아서 공황이 잡혀도,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공황장애를 뿌리 뽑겠다며 환자들은 온갖 치료법들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공황장애 치료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획기적인 상담이나 명약이 아니다.

핵심은 용기다. 질환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어도 삶을 망가뜨리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는 것. 공황증상이 있더라도 지금 현재 자신에게 소중한 것에 몰입하려는 용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안과 용기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불안해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불안과 용기는 항상 공존하는 법이다. 두려움에 질려 있다고 해서 용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용기는 항상 가장 큰 두려움에서 나온다.

‘까짓것’이라는 마음 자세를 가지면 좋다. “심리적 불안, 재발에 대한 걱정, 겁이 나는 공간들… 이 까짓것” 하고 제쳐버려야 한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터널, 고속도로, 대중교통, 고가도로, 높은 다리, 쇼핑센터, 극장, 엠알 검사기계, 엘리베이터를 두려워한다. 공황발작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느껴지거나, 창피당할 것 같은 장소를 싫어한다. 그런 곳에는 아예 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 삶에서 중요하다면, 뛰어들어야 한다.

지하철 안에서 공황 발작이 생길까봐 두렵다고 출근길에 택시만 타고 다녀서는 안 된다. 밀집 공간이 두려워도 좋아하는 팀이 시합을 한다면 경기장에서 직관하면 좋겠다. 소음과 답답함이 싫더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한다. 회피했던 상황에 직면하면서 터득해야 할 통찰은 “공황 발생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목표했던 것을 충분히 완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막상 직면해 보니 별 것 아니네!” 하는 체험이 쌓여야 공황장애는 비로소 완치될 수 있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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