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적당히, 잘' 화내야 한다[DBR]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승리에 큰 몫을 담당한 조지 패튼(1885∼1945) 미 육군 장군은 다혈질이며 부하들을 세게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 또 1996년부터 현재까지 1200승 이상을 올리며 미국프로농구(NBA) 최다 우승 기록을 늘려가고 있는 농구 감독 그레그 포포비치(71)도 선수를 가혹하게 비판하기로 유명하다.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리더의 불쾌한 감정 표현이 리더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있다.
이에 관해 감정을 표현하는 수위에 따라 리더십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영대학의 배리 스토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농구팀들의 경기를 분석했다. 총 23개 팀이 연구에 협조하기로 수락했는데, 이들이 치른 304회의 농구경기에서 하프타임에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에게 하는 말을 모두 녹화했다. 그리고 그 말과 정서적 표현의 강도에 따라 팀의 후반전 득점 수, 경기 승패 같은 성과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를 조사했다.
일단 1차 분석 결과, 농구팀 감독의 부정적인 정서 표현은 대체로 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반면, 긍정적인 정서 표현은 팀 성과와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스토 교수는 감독의 부정적인 정서 표현이 선수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문제점을 빨리 발견하고 개선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더가 현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선수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만일 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리더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리더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보다 외부로 표현하는 것이 부하들의 직무 수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감정 표현의 강도와 팀 성과 간의 관계가 역(逆) U자의 패턴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표현의 강도가 적당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팀 성과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부정적인 정도가 너무 강해지면 팀 성과가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더가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선수들이 이런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인식한다. 이런 경우에 선수들은 리더가 부정적 정서를 강하게 표현한 이유나 맥락을 고려하기보다는 리더의 품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리더를 피하려는 성향이 더 커진다.
이처럼 리더의 부정적인 표현은 팀의 성과와 노력 증진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그 수위가 과도한 수준에 이르면 팀 성과를 해치고 직원들의 자신감과 의욕을 꺾을 수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스포츠팀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기업이나 다른 조직에서의 직무 수행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부하들의 직무 평가를 하거나 부하들에게 수시로 피드백을 줘야 하는 기업 리더들도 본인의 부정적 감정 표현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사는 불만족 혹은 실망감을 표현함으로써 현 상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하들에게 암시해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수위로 표현을 해야 할지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 표현이 과도하면 직원들은 리더의 자질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직원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파악하고 부정적인 표현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의하자.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7호에 실린 ‘리더의 부정적 정서 표현, 꼭 나쁜 것은 아니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ksmo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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