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선 아낌없이 쓴다"..올해 '미코노미' 열풍

김태성 2019. 12.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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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소비트렌드 분석
고가 식기세척기 매출 3배 '쑥'
피부관리 뷰티가전 인기몰이
"유튜브 크게 보자" 태블릿 부활
의류관리기·전기레인지도 히트
지난해 이사를 하며 '가전 3신기'로 불리는 의류건조기와 관리기, 무선청소기를 장만한 김성훈 씨(35). 퇴근 후 아내와 저녁을 먹은 후 설거지를 도맡아 하다 보니 너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인터넷에서 빌트인형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아직 아이가 없어 가족은 2명뿐이지만 6인용은 실제로 쓰기에 용량이 부족하다는 평이 많아 넉넉한 8인용을 선택했다. 빌트인 제품이어서 가전 브랜드 직원이 먼저 집을 찾아 설치가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사전 점검을 신청했지만 "최근 수요가 많아 사전 점검에만 2주 넘게 걸린다"는 판매처 직원 말에 구입한 뒤 일주일 동안 하염없이 예약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국내 가전제품 시장은 '미코노미(Meconomy)' 트렌드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Me)와 경제(Economy)를 합친 미코노미는 자신의 편리함과 여가를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태를 말한다. 실제로 식기세척기를 포함해 바쁜 생활 속에서 내 시간을 아껴주는 가전제품이 올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계절 내내 계속되는 미세먼지 탓에 환경가전류 인기가 이어진 것도 주목된다.

16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1위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에 의뢰해 올해 1~11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어난 가전제품군을 분석한 결과 식기세척기, 뷰티가전, 태블릿PC, 의류관리기, 전기레인지가 신장률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의류관리기,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건타입 청소기, 전기레인지가 1~5위였다.

올해 매출이 가장 많이 뛴 제품은 식기세척기로, 이 기간 판매액이 235%나 급등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시대 흐름이 되자 가전제품을 활용해 가사 노동시간을 줄여 나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다. 특히 올해는 전통 강자인 SK매직과 백색가전 대표 브랜드 LG전자가 각각 12인용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며 조금 더 큰 용량을 원하던 소비자 수요를 저격했다.

'한국 식습관에는 식기세척기가 맞지 않는다'는 속설과 달리 최근 나온 제품은 오목한 밥그릇 등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내부 구조를 바꿔 세척력이 높아졌고, 젖병 살균이 가능한 고온세척 기능도 갖춰 퇴근 후 1분이 아까운 맞벌이나 아기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 고주파와 발광다이오드(LED) 빛, 미세전류 등을 활용해 피부 톤과 탄력을 개선하는 뷰티가전 매출은 같은 기간 110% 늘어 식기세척기 뒤를 이었다. 얼굴에 대고 문지르는 스틱형부터 직접 착용하는 마스크형까지 다양한데, 프리미엄형 마스크는 가격대가 11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굳이 피부과에 가지 않고 집에서 손쉽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 덕에 시간을 아끼려는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외모 관리에 관심 많은 20·30대뿐 아니라 건강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액티브 시니어'인 50·60대 고객도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화면이 점차 커지면서 한때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던 태블릿PC는 올 들어 매출이 1년 전보다 85%나 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펭수'의 자이언트펭TV 등 인기 유튜브 채널이 잇따라 출현하면서 영상을 보는 시간이 늘자 조금 더 큰 화면으로 감상하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 최근 출시되는 태블릿PC 화면은 평균 10.5인치로 스마트폰보다 1.7배가량 크다. 올해 삼성전자 갤럭시탭 S5e, 애플 아이패드 에어3·미니5 등이 줄줄이 출시돼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것도 매출 호조에 한몫했다. 작년에 이어 의류관리기(매출 75% 증가) 인기도 꾸준했다. 겨울철 들어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매일 입는 겨울 외투는 굳이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기지 않아도 하루 한 번 40분이면 먼지를 떨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의류관리기 수요를 겨냥해 웅진코웨이도 올해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출사표를 냈다. 몸에 좋지 않은 가스 냄새를 맡을 걱정이 없고 조리 후에는 상판을 가볍게 닦아내기만 하면 청소가 끝나는 전기레인지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스레인지를 넘어섰다.

올해 가전 시장에 나타난 미코노미 현상은 최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표한 '편리미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합친 편리미엄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면 대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편리함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 성향을 의미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와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1인 가구와 젊은 맞벌이 부부"라며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시간이 거의 없다고 느끼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 부족한 시간을 효율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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