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회, 본질은 고수하되 비본질적인 것은 과감히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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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교회들의 특징 <7>


예수님께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에서는 포도 농사를 많이 짓는다. 농부들은 많이 수확한 포도를 두 가지로 가공한다. 건포도와 포도주다.

옛날에는 휴대할 수 있는 병이 없었다. 크고 무거운 항아리뿐이었다. 여행할 때 포도주를 가지고 가려면 뭔가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양가죽 부대였다. 하지만 오래된 가죽 부대에 술을 담아 여행하면 결국 부대가 터지고 만다. 새 술은 발효가 활발하다. 신축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가죽 부대에 새 술을 넣으면 터지고 만다. 이런 환경에서 나온 말이 바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으라”(눅 5:38)는 것이었다.

낡은 가죽 부대는 낡은 전통을 말한다. 새 술은 새 시대와 환경, 문화 등을 의미한다. 낡은 전통을 바꾸지 않고 고수하는 단체나 사회는 새로운 시대와 환경을 담을 수 없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빠르다. 그런데 교회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거부한다. 교회도 시대의 거센 변화의 흐름을 타야 한다. 수박의 모양과 색이 변한다고 맛까지 바뀌는 건 아니다. 교회도 그렇다. 전통을 바꾼다고 교회가 없어지거나 복음이 변질하지 않는다. 본질은 고수하면서도 비본질적인 것은 과감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 사랑을”이라는 말을 남겼다. 존 스토트 목사는 자신의 저서 ‘균형 잡힌 기독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복음의 메시지는 생명을 걸고 고수해야 하지만, 비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기독교가 균형 감각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통 조직에서는 모든 권한이 위로 쏠리기 때문에 아랫사람에게는 권한도, 책임도 없다. 이런 조직은 새 시대를 열 수 없는 조직이 되고 만다. 과거의 틀에 얽매이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서구교회는 오래전 경영학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도 1990년대 후반부터 교회에 경영학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두드러진 사회 가치관의 변화는 조직 내 관료주의의 붕괴와 상하관계의 퇴조라 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윗사람이 아랫사람 점수만 매기지 않는다. 반대의 평가가 일반화돼 있다. 농업과 목축 사회에서는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상하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복잡다기하며 가변적인 정보 사회에서는 개인 능력과 독창성, 수평적 연결이 중시되는 ‘유기적 조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통적 시스템에서는 목사가 제일 편할 수 있다. 별다른 고민 없이 하던 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교회에 미래는 없다. 바꿔야 미래가 보인다. 없앨 것은 바로 없애야 한다. 적용할 것은 주저하지 말고 적용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변화의 물결은 일단 타고 올라야 한다. 그 흐름에 편승하면 오히려 편하다. 문제는 시작이 어렵다는 점이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과감한 창조성이 요구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미래가 열린다. 이것이 우리 시대에 전통적 조직을 벗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의 진정한 의미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이제는 목사 혼자 일하고 모든 일이 당회의 중직자들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비능률적이고 수직적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목사와 중직자, 성도들이 함께 수고하며 상을 받을 수 있는 수평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는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다양성을,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이 넘치는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이 시대 교회에 새벽이슬 같은 다음세대들이 역동적 시스템 안에서 잘 성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푸르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도래할 것이다.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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