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22] 연예인의 자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2019. 12. 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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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고대로부터 자살은 있어 왔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연예인의 자살은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준다. 그 충격은 의아심이다. 왜 돈과 인기를 얻은 새파란 인생이 자살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다. 돈, 인기, 권력은 모든 인간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갖고 싶어하지만 보통 사람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걸 일찌감치 인생 초반에 획득한 인간이 왜 죽을 필요가 있는가. 남들은 평생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축복인데, 이걸 일찍 획득했으니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이란 말인가. 남은 인생 동안 허구한 날 이걸 천천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일수록 젊어서 돈, 인기, 권력을 손에 넣기가 어렵다. 그물코같이 촘촘한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빈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그물코를 뚫기란 여간한 재능이 아니면 어렵다. 시스템이 구축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20대의 인생 초반에 돈과 인기를 거머쥘 수 있는 직업이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이다. 소년등과(少年登科)에 해당하는 직업이라 하겠다. 소년등과의 문제점은 획득된 신분과 축적된 인생 경험이라는 두 축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뒷감당이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돈, 인기, 권력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이 세 가지가 자기 손에 들어온다 싶을 때는 반드시 그 이면에 청구서가 붙어서 날아온다고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몇 년 전에 미스코리아 출신의 인기 탤런트와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인기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기라는 뭉게구름이 올 때는 그 밑에 반드시 청구서가 붙어 온다. '인기가 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청구서가 붙어 있나' 하고 긴장한다." 그 청구서는 실로 복합적이다. 비방, 소송, 이혼, 투쟁, 사기, 감옥, 살해 등으로 다가온다. 돈, 인기, 권력은 모든 인간이 갖고 싶고 부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소유한 인간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공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20·30대가 이 공격을 감당할 내공이 있겠는가. 이 내공의 핵심이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독립불구(獨立不懼) 둔세무민(遁世無悶)'이다. 혼자 서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고민하지 않는 경지다. 이 의연함은 나도 어려운데 어떻게 20대가 체득할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이 대중적 공격은 ‘댓글’이라는 신무기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화살, 대포, 미사일보다도 무서운 게 댓글이다. 화살, 대포, 미사일은 시공(時空)의 제약을 받지만 댓글은 이 제약을 받지 않는 익명이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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