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2020년, `외로움`을 팔아라

김슬기 기자
입력 : 
2019-10-30 17:13:29
수정 : 
2019-10-30 18:01:00

글자크기 설정

쏟아지는 내년 트렌드 전망 서적

혼술·혼영 등 혼라이프 확산
친밀함보다 느슨한 연대 선호
살롱 문화·취향 커뮤니티 부각
기업들도 `혼자`에 주목해야
사진설명
"혼○시대에 기업의 생존전략은 무엇입니까?"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는 최근 급증하는 검색어를 발견했다. '코인노래방'은 지난 3년간 8배나 검색량이 늘었고, 방송플랫폼의 언급량을 비교해보니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넷플릭스가 SBS, KBS, MBC 등 지상파를 역전했다. 2013년 '혼밥'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래 혼술, 혼영, 혼커, 혼스시, 혼라이프까지 '혼○'으로 설명되는 단어는 2018년 39개까지 증가했다. '혼○'의 공통점은 나만의 즐거움을 표현한다는 점. '독박육아'는 불평의 뉘앙스를 전달하지만 '혼술'은 자발적 즐거움의 뜻을 담고 있다.

'혼자의 시대'를 맞아 친구를 찾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기업이 친구가 되어줘야 한다. 연말을 앞두고 2020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예측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책들이 공통으로 짚은 키워드는 '외로움'을 공략하라는 것이었다.

생활변화관측소가 펴낸 '2020 트렌드 노트'(북스톤 펴냄)는 내년을 이끌 키워드로 '혼자만의 시공간'을 꼽았다. '혼자 라이프'는 누군가의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삶을 꾸려가는 태도다. 이 책은 침대에서 홀로 즐기는 넷플릭스, 육아전쟁 속 15분의 미(Me)타임, 회식이 없어서 마음 편한 코인노래방이 더욱 우리 사회를 파고들 것으로 예측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연구진이 쓴 '2020 트렌드 모니터'(시크릿하우스 펴냄)도 "외로움의 크기가 당신의 삶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Z세대(1995~2003년생)는 Y세대나 X세대보다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세대다. 이 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소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이 20대는 67.2%에 달한 반면 50대는 49.6%에 불과했다.

Z세대는 감정 노동을 거부하고, 자신의 취향을 존중하는 곳을 찾아다닌다. 수십만 원씩 회비를 내고 참여하는 독서모임 '트레바리', 함께 운동하는 플랫폼 '버핏서울', 취향을 공유하는 유료 회원제 사교 클럽 '문토' '취향관' 등의 성공이 대표적 예다.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철저하게 개인화된 형태의 사회성을 추구하는 셈이다. '개취존(개인 취향 존중)' 시대에는 웹드라마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본방보다 언제든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시청이 더 선호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0'(부키 펴냄)도 '느슨한 연대'를 내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꼽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느슨한 연대로 부르기도 했지만, 이 책은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사진설명
김 소장은 "결혼이 비주류인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2030세대에게 결혼은 과거만큼 매력적이지 않고 결혼과 동거, 출산을 둘러싼 느슨한 연대의 맥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결혼을 통해 선택한 가족이 아니라 친구, 이웃과 함께 셰어하우스에 사는 선택도 가능해졌다. 셰어하우스뿐 아니라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웃사촌 문화가 고급 아파트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관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과거의 인맥관과 달리 최근 한국에는 살롱 문화가 뜬다. 독서 모임이나 취향 중심 커뮤니티의 도래가 그 예다. 이 책은 이 밖에도 취향이 능력이 된 시대를 맞아 누구나 '인싸'가 되길 원하는 취향 인플레이션의 시대, 환경 문제로 여행을 꺼려하는 플뤼그스캄(비행기 여행의 수치심을 뜻하는 스웨덴어), 새로운 애국주의, 공존 현실, 에이지리스, 우아한 가난의 시대 등을 내년의 트렌드로 예측했다.

KOTRA의 84개국 129개 도시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현지에서 포착한 비즈니스 키워드를 소개하는 '2020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펴냄)도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에서 유행 중인 모유 수유 배달 서비스와 과학적인 배란일 체크로 임신 확률을 높여주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맘코노미(Momconomy)의 일환으로 소개한다.

이 밖에도 채식주의자를 위해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식물성 우유, 뉴욕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칼로리를 줄인 라이트라이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행 중인 혼밥족을 위한 집밥 공유 플랫폼 등을 소개한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