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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정을 맨 앞에 두다…그들은 90년대생

김슬기 기자
입력 : 
2019-09-17 17:36:24
수정 : 
2019-09-18 0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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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분석한 `공정하지 않다`
출간한 80년대생 박원익·조윤호

문재인정부 지지하지 않는
20대만의 정치적인 성향과
청년 내부 갈등 원인 분석
"불평등·불공정이 청년의 적
목소리 대변할 스피커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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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조본좌'로 알려진 조윤호(왼쪽)와 '박가분'으로 알려진 박원익. 두 청년 세대 대표 논객은 '공정하지 않다'를 공저했다. [사진 제공 = 지와인]
'문프 셀러'로 낙점되기 전부터 임홍택의 '90년대생이 온다'는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이 책이 단순함, 병맛, 솔직함 등으로 규정하는 '90년대생'의 등장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성세대에게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이 낯선 세대를 '공정 세대'로 정의하는 책이 나왔다.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공정하지 않다'(지와인 펴냄)이다. 가장 진보적인 20대가 왜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 않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30대 초반의 두 연구자. 1987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 박사과정에 있는 박원익과 1989년생으로 여론전문조사기관에서 일하는 조윤호는 청년 세대 대표 논객이다. 이들은 '잡히지 않는 모래' 같은 집단성을 가진 한국의 90년대생을 '별종 취급'하거나 '특별한 존재'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은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쟁 시스템 속에서 자랐다. 동시에 촛불 혁명이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험을 한 세대들이다."

90년대생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가장 가난한 '세대'와 '계층'이 동일해진 '청년세대계급'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가 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은 것은 사회경제적 문제(31%), 북한 문제 몰두(24%)가 1·2위를 차지했다. 친북 행보보다, 일자리·주거 문제 등 경제적 불평등에 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면서도 20대의 대부분을 취업에 매달리는 '산업예비군'으로 보내고, 첫 사회생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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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가장 가난한 계급이 된 20대가 '업적주의'라는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들의 소원은 우정도, 사랑도 아닌 취업이다. 취업 특강을 나온 선배에게 거리낌 없이 "학점이 얼마인지" 묻는 20대에게 '공정한 경쟁'보다 더 중요한 덕목은 없다. 2017년 대학생 318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이들이 꼽은 것은 '공정'으로 16.1%에 달했다. 따라서 오늘의 90년대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은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혜택'이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차등 대우는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61.3%에 달했다. 이 책은 90년대생들이 말하는 공정함의 내용을 6가지로 꼽는다. '무임승차 반대'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 '돈은 네 실력이 아니다' 등이다.

기성세대와 가장 큰 차이점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통하며 '소속감과 공동체'로 뭉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30세대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중립기어 박고 보자"는 말이 있다. 어떤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쪽 주장만 보고 반대쪽을 욕하지 말자는 의미다. 우선 양측 입장을 다 듣고, 팩트가 무엇인지부터 챙기자는 말이다. 기성세대는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세대 논쟁이 촉발되면서 나오고 있는 '586세대가 20대에게 양보하라'는 주장에도 이 책은 반론을 제기한다. 586세대에게 임금피크제와 정년 단축이 일어나면, 하층 계급의 경우 이들 자식 세대인 90년대생까지도 가난의 세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윗세대의 양보가 아닌 공정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서구의 밀레니얼 세대는 또래를 총리와 대통령으로 선출시키는 '정치 덕후' 세대다. 한국의 가난한 90년대생 또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책임이 '정치'에 있음을 알고 있다. 두 저자는 이들을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 세대로 정의하며,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권력을 잡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청년세대계급'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자신들의 '진짜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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