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주는 행복보다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사회에서 가족이 더 이상 1순위가 아닌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가족에게 인구 재생산과 교육, 돌봄과 부양까지 많은 부담을 지운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 가족에 대한 지원은 개개인에게는 놓치고 있던 삶의 중요한 의미를 되살려주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건강한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소중한 인적자원을 꽃피우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에 대한 투자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정부는 새해부터 '영아기 집중투자'를 통해 부모의 돌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영아기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집중 지원한다. 먼저 출생과 함께 200만원 상당의 첫 만남 이용권을 신설해 출산 초기 비용을 지원한다. 두 돌 전(출생 0~23개월) 아동에게는 영아 수당을 신설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 매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영아 수당은 2025년까지 월 5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영아 수당은 0세 부모의 98%, 1세 부모의 85%가 어린이집 이용보다 가정 양육을 희망하는 점을 반영했다. 아동 수당도 기존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주던 것을 만 8세 미만까지의 모든 아동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지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12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는 최초 3개월간 각각 월 최대 300만원씩을 지급한다. 나머지 9개월 휴직 기간의 지원 급여도 월 최대 12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소득 감소를 우려해 육아휴직을 주저했던 아빠들이 아이와의 첫 만남을 함께하도록 했다.
가족 지원을 담당한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정부의 새 정책들이 사회 구성원의 가족에 대한 태도를 급격하게 바꾸거나, 낮아진 출산율을 즉각 반등시킬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지는 않는다. 가족에 대한 투자는 영아기뿐만 아니라 더욱 확대돼야 한다. 가족 돌봄 휴가, 육아기 단축 근무 등 가족 돌봄과 여가를 위한 시간을 지원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들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장해야 한다. 기업과 직장 동료들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이 우리 삶의 1순위이자 소중한 가치로 회복될 수 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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