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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이 삶의 1순위가 되려면

입력 : 
2022-01-03 00:04:02
수정 : 
2022-01-03 08: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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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비영리단체 퓨리서치센터가 17개국 1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인생의 의미를 어디서 찾는가'를 조사한 결과는 흥미롭고도 충격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생의 의미로 '가족과 아이들'을 압도적인 1순위로 꼽은 것과 달리,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성공'을 꼽았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가족과 함께할 시간과 여유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경쟁으로 내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한 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긴 노동시간에 시달린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후에도 생존을 위한 자기계발이 요구된다. '번아웃(burn-out)'된 이들에게 가족을 위한 만남과 여유는 사치일 뿐이다. 젊은 부모들이 가족을 위한 시간과 노동에 투입하는 시간 간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실제 출산 자녀 수는 희망 자녀 수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

가족이 주는 행복보다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사회에서 가족이 더 이상 1순위가 아닌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가족에게 인구 재생산과 교육, 돌봄과 부양까지 많은 부담을 지운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 가족에 대한 지원은 개개인에게는 놓치고 있던 삶의 중요한 의미를 되살려주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건강한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소중한 인적자원을 꽃피우게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족에 대한 투자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정부는 새해부터 '영아기 집중투자'를 통해 부모의 돌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영아기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집중 지원한다. 먼저 출생과 함께 200만원 상당의 첫 만남 이용권을 신설해 출산 초기 비용을 지원한다. 두 돌 전(출생 0~23개월) 아동에게는 영아 수당을 신설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할 경우 매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영아 수당은 2025년까지 월 5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영아 수당은 0세 부모의 98%, 1세 부모의 85%가 어린이집 이용보다 가정 양육을 희망하는 점을 반영했다. 아동 수당도 기존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주던 것을 만 8세 미만까지의 모든 아동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지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12개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부모는 최초 3개월간 각각 월 최대 300만원씩을 지급한다. 나머지 9개월 휴직 기간의 지원 급여도 월 최대 12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를 통해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소득 감소를 우려해 육아휴직을 주저했던 아빠들이 아이와의 첫 만남을 함께하도록 했다.

가족 지원을 담당한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정부의 새 정책들이 사회 구성원의 가족에 대한 태도를 급격하게 바꾸거나, 낮아진 출산율을 즉각 반등시킬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지는 않는다. 가족에 대한 투자는 영아기뿐만 아니라 더욱 확대돼야 한다. 가족 돌봄 휴가, 육아기 단축 근무 등 가족 돌봄과 여가를 위한 시간을 지원하고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들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장해야 한다. 기업과 직장 동료들도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족이 우리 삶의 1순위이자 소중한 가치로 회복될 수 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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