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는 네거티브 유혹 못버릴까

정용인 기자

내년 대선 양자대결 중대선거 가능성 커…더 쎈 네거티브 나올 듯

지난 8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왼쪽)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8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왼쪽)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리더에게는 각자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이 있다. 이재명에게 기대되는 리더십이 문재해결 능력이라면 이낙연은 중도에서 포용·통합의 리더십이다. 윤석열도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위한 공정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런데….” ‘정치를 전공하는 한 교수’로 표기해주길 원하는 한 교수의 말이다. 최근 대권 여론조사에서 당내 2위를 달리는 이낙연 캠프 측의 모습은 그런 후보에게 거는 기대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황교익씨 사태에서 이낙연 캠프가 보여줬던 네거티브에 주력하는 모습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우호적이었던 사람들조차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황교익 논란의 내상, 누가 더 클까

이른바 황교익 사태는 논란 일주일 만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내정됐던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서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후폭풍이 없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논란으로 더 큰 내상을 입은 쪽은 대선 경선 2위 주자 이낙연인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기관이 합동으로 진행한 8월 넷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지사는 26%, 윤석열 전 총장은 20%,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9%로 나왔다. 매주 진행된 4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이낙연 지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선 건 지난 7월 1주차 조사 때. 그후 7주 동안 줄곧 10%대의 지지를 받던 이 전 대표는 결국 8주 만에 도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윈지코리아컬설팅의 ‘대통령선거 가상대결’ 조사는 지난 7월 2주차 때부터 여권의 이낙연과 야권의 윤석열이 1 대 1 대결을 벌였을 때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이재명 지사보다 이낙연이 더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8월 1주차 조사 때만 하더라도 이 전 대표의 가상대결경쟁력은 상승 분위기였다(이낙연(45.0%) vs 윤석열(42.6%), 이재명(41.8%) vs 윤석열(41.3%)). 그런데 8월 3주차 조사에선 뒤집혔다. 이낙연이든 이재명이든 다 윤석열에게 밀린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이낙연(41.1%) vs 윤석열(46.8%), 이재명(40.7%) vs 윤석열(45.5%)). 여권 경선과정의 네거티브전으로 결국 어느 쪽도 득을 못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의문은 이것이다.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 정치인은 왜 네거티브의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실제 대립하고 있는 각축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네거티브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독이 되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결국 캠프가 모시고 있는 주군의 승리욕망이 문제다.” 정치권 출신인 김성순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쉽게 조폭드라마를 떠올리면 된다. 누구도 저 사람을 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저 사람 때문에 속상하다.’ 이런 식으로 운을 띄우면 밑의 사람들이 가서 칼질하는 것이다. 대선캠프가 굴러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조폭시스템이다. 네거티브 중단? 어렵지 않다. 대선후보가 한마디만 하면 된다. 지금 이후부터 네거티브하는 사람 자르겠다. 그러면 아무도 안 한다.” 김 평론가가 보기에 대권주자 캠프들이 ‘오버’하는 것은 대선 이후 논공행상 때문이다.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석달 뒤 지방선거, 그리고 다음은 2024년 총선이다. 공천을 생각하면 당권을 잡아야 한다.”

역시 선거컨설팅 경험이 있는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정말 그렇다. 스케줄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후보를 포함해 캠프 전체 공기가 달라진다. 뭔가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라고 할까. 자신들도 자신이 하는 일이 무슨 짓인지 잘 모른다. 흡사 경주마를 보는 것 같다. 일단 1위 주자면 남들을 다 밟아야 하고 후임자면 1등을 끌어내려 한다. ‘경선 1등’이나 ‘당선’과 같은 목표에만 시선이 꽂혀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캠프 중심의 네거티브는 자신이 미는 후보의 장점이나 임팩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전략이다. “1등을 때리는 전략인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니 강공 네거티브를 쓸 수밖에 없다. 그건 1위 주자의 사정과도 관련된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당지지층의 50%를 넘기기도 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여론조사 전체 판세를 보면 정체상태다. 이걸 좋게 말하면 콘크리트 지지층인데,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기에는 워낙 그에 대한 네거티브가 강하니 치고 못 올라가는 것이다.”

포지티브는 좋고, 네거티브는 나쁘다?

“지난 한달간의 이낙연의 반등은 추격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 기술적 반등이었다.” 민주당 측 선거전략가의 말이다. 이 인사는 현재까지 어느 후보캠프에도 가담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낙연을 띄워준 것은 이른바 바지발언으로 스스로 표를 깎아먹은 이재명이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출렁였던 지지율이 원상회복되는 과정이다.”

이 인사는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며 “효과적인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한 만큼 효과적인 네거티브 전략이 필요하다”는 독특한 주장을 내놨다. “원칙적으로 상대방을 따라잡는 전략은 네거티브밖에 없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 이회창을 어떻게 잡았나. 아들 병역비리 문제 아니었나. 선거에서 상대방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을 때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상대방을 흔들어야 하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포지티브가 필요하다. ‘네거티브는 틀리고 포지티브가 옳다’는 둥의 이야기는 하나 마나 한 소리에 불과하다.” 이 인사의 주장에 따르면 네거티브든 포지티브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유능함이다. “황교익 건은 대표적으로 실패한 네거티브다. 개싸움은 잃을 게 많은 쪽, 가진 쪽이 불리하다.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네거티브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장면. 녹화가 진행되던 날, 경기도 이천화재사건이 일어나 경기도지사로서 대응이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지사는 결국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유튜브 황교익TV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유튜브 황교익TV에 출연한 장면. 녹화가 진행되던 날, 경기도 이천화재사건이 일어나 경기도지사로서 대응이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지사는 결국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유튜브 황교익TV 캡처

이 인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진짜 네거티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네거티브야말로 재주다. 사실에 얼마나 근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타이밍, 제기할 시기 역시 지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올라오게 된다면, 반대쪽에서는 형수 욕설 발언 카드를 가장 효과가 극적인 시점에 꺼내들 것이다.” 형수 욕설 발언은 이미 과거 여러차례 선거과정에서 사용됐고, 이 지사 측에서는 “작고한 형이 꺼낸 욕설을 맞받아치는 과정에서 한 말을 교묘히 편집해 만든 것”이라고 역시 이미 여러차례 해명했는데? “2012년 총선 때 김용민 과거 발언이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된다. 선거 직전,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매체를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막말을 부각해 며칠을 계속 때렸다. 형수 욕설 막말이라고 하지만 일부 정치 고관여층이라면 모를까, 생각 외로 대다수의 유권자는 발언의 구체적 내용을 모른다. 지금 당내 경선에서는 알아도 노골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보수 야권에서는 이걸 노리고 있을 것이다. 대충 11월 중순이라면 1:1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연말·연초 신년 이후가 적기다. 미리 다 꺼내놓으면 이슈는 소진되고 원상회복한다. 대선을 얼마 안 남고 흔드는 것이다. 내가 그쪽 캠프라면 설날 전날 꺼내놓을 것이다.” 이 인사의 대선전망으론 이번 대선은 결국 51:49의 중도싸움으로 결정나는데, 형수 욕설 발언을 소재로 한 네거티브는 현재 민주당의 지지층에서 골간을 이루는 20~30대와 40~60대 고학력 여성층이 통으로 흔들릴 거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진짜 대선판 네거티브,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은 “현재 여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의 경우 적어도 우리(KSOI)의 조사에 따르면 벌써 몇달째 28% 상한선을 뚫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떻게 보면 민주당 후보 전체의 한계일 수는 있지만,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한계는 바로 뚫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 지지자만을 놓고 보면 최근 4주 동안 이재명은 50%를 넘고 있어 이재명 측으로선 경선에서 결선투표 없이 한 번에 끝낼 만한 욕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선의 경우 촛불 영향권 안에서 여러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였던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안철수와 같은 제3지대의 ‘파워’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라며 “지금 여론조사처럼 이재명 대 윤석열의 양강구도로 간다면 2012년 이후 다시 각 진영이 총결집해 제대로 붙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대선 본선이 아닌 당내 경선이다. 경선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중도층은 당연히 눈에 안 보인다. 지지층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지지층 공략을 위해 막판으로 가면 네거티브로 가는 수밖에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말이다. 그 역시 최근 황교익 논란의 경우 결과적으로 2위 주자인 이낙연에게는 불리한 결과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측으로서는 이재명과 싸우는 모양새를 염두에 뒀을 텐데 결국 이낙연 대 황교익 모습으로 비쳤다. 싸움을 시작할 때는 이재명에게 불리할 수 있었는데,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이낙연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지역순회 경선의 결과는 알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그는 “순회경선에서 핵심은 민심과 당심이 일치하느냐의 여부인데 역대 선거를 보면 민주당 경선에서 민심과 당심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며 “당장 첫 경선지인 충청도에서부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상으로는 이재명 지사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여론조사 등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勢)를 포함, 반이재명 단일화 여부 문제 등 경선과정의 역동성은 아직 살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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