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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times] 사장님 혼자두면 `꼰대 결정`…`3D 쓴소리 시스템` 만들어라

윤선영 기자
입력 : 
2020-08-27 0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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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올리비에 시보니 프랑스 HEC 파리 경영대학원 교수

그저 돌아가면서 말하는 회의는 최악
먼저 글로 의견을 써내고 말하게하라
"개인 혼자서는 본인의 편향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기 쉽다. 조직 차원에서 편향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해야 한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을 한다.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매일 다양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지는 못한다. 내린 결정이 불합리적일 때도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평소에는 합리적인 사람이 내린 결정이어도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올리비에 시보니 프랑스 HEC 파리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서면 인터뷰를 하면서 "개인 혼자서는 본인의 편향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며 "스스로의 편향을 인지하더라도 막상 결정을 내릴 때는 해당 편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간한 저서 '당신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참이다(You're About to Make a Terrible Mistake: How Biases Distort Decision―Making and What You Can Do to Fight Them)'에서 그는 사람이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때 늘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잉 확신 등과 개인의 불합리적인 결정을 이끄는 요소 때문이다. 시보니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인지심리학자와 행동경제학자의 연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저서 '당신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참이다'를 쓰게 된 계기는.

▷수십 년 동안 행동과학자들은 인지 편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인지 편향은 비논리적 추론에 따라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반복되는 실수를 의미한다. 인지 편향의 종류에는 개인의 생각을 확증시키는 증거에 더 중점을 두는 확증 편향,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과신,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현재 중시 편향(present bias) 등이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인지 편향의 종류(list of cognitive biases)를 검색하면 200여 개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나는 경영 세계의 의사결정자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종류의 편향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저서를 집필했다. 앞서 말한 편향 유형이 포함된다. 해당 편향 때문에 개인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 함정 △모방 함정 △직감 의존 함정 △자기 과신 함정 △비활성화 함정 △위험 인식 함정 △시간 지평 함정 △그룹 싱킹 함정 △이해 충돌 함정이다.

―이런 편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에서 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극복한다는 의미는 개인의 편향을 인지하고 해당 편향에 빠지지 않게 피하는 것이다. 사람 혼자서는 스스로 편향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에 성공할 수 없다. 스스로 어떤 편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막상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해당 편향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과잉 확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어떠한 계획을 세울 때 본인의 계획이 괜찮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과잉 확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도 해당 계획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과잉 확신이라는 편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닐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편향에 이끌려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의 편향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타인이 편향의 피해자(victims of biases)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편향에 대해 알리고, 이로 인해 어떠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

―리더 역시 혼자서는 편향을 인지하고 극복하지 못한다. 조직 차원에서 리더의 편향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결정 설계사(decision architecture)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리더가 편향에 맞서기 위해 결정 설계사 역할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세 가지 과정이 있다. 일명 '3D'다. 첫 번째는 대화 촉진(promote Dialogue)이다. 조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저서에서도 설명했듯이, 이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환경은 세 가지 단계로 만들어진다. 우선 다양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성별, 나이, 국적, 인종에 다양성을 두는 것이 아니다. 같은 조직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같은 편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아이덴티티보다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그다음으로 대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가령, 한 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임원들이 이사회 일에 헌신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사회 미팅을 한 번 하는 데 이틀이 걸린다. 마지막으로 의제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회의를 하다보면 '시간만 잡아먹는 회의'가 많다고 느끼기에 많은 임원은 회의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리지 않은 회의는 '실패'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관점이다. 대화를 마친 뒤 바로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의제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오늘 결정해야 하는 내용' 혹은 '오늘은 대화만 나누는 사안'으로 의제에 대한 계획을 짜야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정도 설명해달라.

▷두 번째 'D'는 상충되는 의견 만들기(create Divergence)다. 대화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은 서로 다르고 도발적이어야 한다. 상충되거나 도발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으면 대화 과정의 효과는 거의 없다. 이러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필터링' 없는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이다. 마지막 'D'는 조직 결정 과정 관리(manage the decision Dynamics)다. 리더가 다양한 의견을 들은 이후에는 사실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3D'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이다. 어떠한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저서에서 편향으로 인해 9가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스토리텔링 함정(storytelling trap)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왜 사람들은 스토리텔링 함정에 빠지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형의 편향이 있다. 바로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고 입증하는 정보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자. 그들의 실수는 '지구 평평설'을 반증하는 정보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정보를 찾게 되더라도 여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토리텔링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사실 확인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신 '어떤 경우에 내 생각이 틀릴까'라고 질문하며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성공적이고 위험을 감수한 기업에 중점을 둬 잘못된 판단을 하는 '생존편향' 때문에 이 같은 기업들을 모방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성공 사례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을까. ▷실패보다는 성공 사례를 통해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성공 사례를 찾는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잭 웰치 전 GE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이자 전 회장, 로버트 아이거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등의 자서전을 읽으며 교훈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해당 인물들에게는 효율적이었던 성공 전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의 전략을 따라 하다가 치명적 실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성공한 기업이나 경영자의 실수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많이 접하지 못한다. 실패에 대한 자서전을 쓰거나 이에 대해 인터뷰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편향에 의해 빠질 수 있는 직감 의존 함정(intuition trap)이란 무엇인가.

▷직감은 '과거에 경험했던 상황에 대한 인식(recognition)'일 뿐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무언가를 배웠던 과거가 쌓여 직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이전에 수십 번 동안 했던 일이고, 과거 해당 업무 결과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받았으며 피드백을 기반으로 배운 점이 있었다면, 당신은 (해당 업무에 대한) 좋은 직감을 갖고 있다.

구체적 상황으로 설명해보겠다. 당신이 신입사원 채용담당자라고 하자. 이전에 수백 명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사원 지원자들 면접을 담당하고 많은 인원을 채용했다. 채용한 신입사원 중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하는지도 지켜봤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은 신입사원 채용자로서 좋은 직감을 갖추게 됐다. 당신의 직감은 (타인이)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런 당신이 처음으로 회사 정보기술(IT) 부서의 부장 채용을 맡게 됐다고 하자. IT 부서 부장 채용자로서 당신의 직감을 따라야 할까. 과거에 부장 채용 업무는 경험하지 않았기에 개인의 직관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이 많지 않은 분야에서도 자신의 직관을 믿고 따른다. '직관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면 경험이 미숙한 분야에서 자신의 직관을 따르는 것은 절대 타당하지 않다.

―조직원들보다 리더가 자기과신 편향 함정에 빠질 확률이 더 클까.

▷그렇다. 조직원보다 상대적으로 리더가 자기과신할 확률이 더 크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개인이 리더로 선정되는 이유가 바로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감 있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를 따라가고 싶어하지, 자신감이 없고 방향을 왔다 갔다 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리더가 잘못된 자신감을 갖고 있거나 자기과신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해당 리더를 신뢰할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누군가가 리더로 선정된 이유는 무언가에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더 성공할수록 개인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과시하게 되는 것이다.

―비활성화 함정(inertia trap)도 사람들이 편향에 의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 주장했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실수가 바로 비활성화 함정이다. 사람들이 해당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시급함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갖고 기존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 때 일반적으로 비활성화 함정이 생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 나는 컨설턴트로 일했다. 당시 유럽의 TV 세트 시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해당 시장에 속한 유럽 기업들에 "한국에서 수입되는 TV 세트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뺏길까 하는) 불안감이 드나요?"라고 물었다. 대다수는 한국 수입품들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이미 확실하게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유럽 기업들에 맞설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수출하던 평면 TV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유럽 기업들은 평면 TV 기술로 이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시급함을 느끼지 않았다. '비활성화 함정'에 빠진 것이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TV는 유럽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당시 내가 질문했던 유럽 기업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는 리스크가 항상 따르지 않나. ▷모든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 인식 함정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 있다. 이는 '많은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자사가 결정할 일이다. 다만, 위험을 감수할 때는 어떠한 위험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위험 인식이 두 가지 모순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작은 일들에는 위험을 회피하고, 대규모 투자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의식적으로 위험성이 큰 일을 하려고 해서가 아니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리스크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컨트롤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장기 성과가 아닌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시간지평 함정(time horizon trap)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리더가 해당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빠른 성과를 내야지만 리더 본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

▷물론 그것이 리더가 시간지평 함정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기에 거버넌스(관리 방식)가 중요하다. 관리직을 맡는 사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조직에서 내리는 결정들을 주시하는 것이다. 장기 성과에 타격을 주는, 혹은 장기 성과가 단기 성과를 위한 결정에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모니터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도 결국 자신의 의견을 접고 '대세'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돼 왔는데 왜 아직까지도 결국 조직원들은 동질성(homogeneity)을 갖고 있을까. ▷다양성에도 유형이 있다. 우선 '보이는 다양성(visible diversity)'이 있다. 인종, 성별, 국적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보이는 다양성은 다양한 생각이 나오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만약 기업 문화가 강하게 있다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모아 쉽게 기업이 원하는 관점에 맞춰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그룹 싱킹을 피하고 다양한 생각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단지 새로운 사람들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시작점은 간단하다. 회의할 때 단순히 사람들이 본인 차례에 맞춰 얘기하도록 하게 하지 말라. 앞사람들이 "A의견에 동의합니다"라고 말한 상황에서 개인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신, 먼저 각자 의견을 쓰고 이야기하게 하라. 글로 의견을 먼저 쓰고 개인의 생각을 나눈다면, 말로만 의견을 나눌 때와는 다른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이해충돌의 함정(conflict of interest trap)이란.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이해충돌이 있을 때 이를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이익과 관련된 상황에서는 이해충돌에 관해 무감각해진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최상의 해결책입니다. 단지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완전히 진심이다. 이해충돌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어진 문제 해결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서 영향을 받지 않을 사람에게 조언을 요청해야 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가. 막상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쉽지 않다.

▶▶ 올리비에시보니교수는… HEC파리에서경영학 석사학위를, 파리 도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취득했다. 1991년부터2015년까지맥킨지앤드 컴퍼니의 파리 뉴욕 브뤼셀 오피스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HEC 파리에서 교수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현재 경영전략 관련 강의들을 하고 있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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