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향한 “오케이 부머” 외침… 포스트부머 ‘선전포고’ 되다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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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5. 오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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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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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다가올 ‘세대전쟁’ 암시 / 포스트부머 세대 ‘권리는 쟁취’ 인식 / 툰베리 등 10대 환경운동가 ‘기후파업’ / 1년여 지속 ‘홍콩 시위’ 1020서 주도 / 대만 첫 여성 총통 탄생도 주요 역할 / 기존 질서·시스템 대한 불만 표출로 / 젊은 정치인 늘어 진보적 개혁 속도 / NYT “세대 간 우호적 관계 끝났다 / 젊은이들 직접 변화 만들어내려 해”

“오케이, 부머.”(OK, Boomer.)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던 말에 불과했던 ‘오케이, 부머’가 이제는 세대갈등을 대변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부머(Boomer)는 베이비붐 세대 또는 손윗세대를 뜻한다. 즉 우리말로는 “알았으니까 어른(베이비붐 세대)들은 좀 그만해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은 Z세대(Generation Z)부터 밀레니얼(Millennials)세대 사이에서 우리식의 ‘꼰대’를 비꼬는 놀이의 의미를 넘어 앞으로 다가올 ‘세대전쟁’을 암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대 간 우호적 관계는 이제 끝났다”면서 “기성세대와 기득권을 향해 ‘우리 손으로 직접 변화를 만들어내자’는 젊은 세대들의 다짐이 담긴 신조어가 오케이 부머”라고 규정했다.

◆Z세대의 선전포고가 당황스러운 부머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되던 오케이 부머는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의회에서 녹색당 소속 클로에 스와브릭 의원이 연설 도중 갑작스럽게 등장해 화제가 됐다. 스와브릭 의원이 “2050년이 되면 저는 56살이 됩니다. 이번 회기에 선출된 의원님들의 평균 연령은 49세죠”라고 발언하자 주변 의원들이 탄식과 야유를 보냈다. 이에 그가 “오케이 부머!”라고 말한 뒤 발언을 이어가자 의원들은 물론 언론도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이지?”

주류 언론은 오케이 부머가 ‘너희 OUT’을 의미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현상을 대변하는 말이란 것을 깨달았다.
CNN에 따르면 오케이 부머의 시작은 정확하지 않지만 크게 유행한 건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틱톡에서다. 틱톡에서 오케이 부머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이 7억개 이상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등록된 ‘오케이 부머가 뭐길래’라는 노래는 “‘나 때는 말이야(Back in my days)’라고 말하면 당신은 부머, ‘우린 하루 12시간은 기본으로 일했어’라고 말하면 당신은 부머”라는 가사로 이뤄져 있다.

일부는 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 수석부회장인 머나 블리스(80)는 오케이 부머에 대해 “진짜 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야”라고 일갈했다. 보수성향의 미국 라디오 진행자인 밥 론스베리는 “‘부머’라는 말은 나이 차별적인 성향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월트디즈니가의 상속인인 애비게일 디즈니(59)는 “세상은 빨리 변해 가는데 당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고 기성세대에 반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CNN은 오케이 부머가 무례하거나 공격적인 표현은 아니라면서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없으면서, 본인들이 익숙한 기존의 질서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태도를 향한 일침”이라고 설명했다. NBC뉴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수동성에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성세대에 적극적으로 맞서… 충돌도 불사

포스트 부머 세대는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리는 쟁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무장한 Z세대와 밀레니얼은 기성세대와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0대 환경운동가들이 주도한 ‘기후파업’이다. 지난해 9월 160여개국 수천개 도시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기성세대들에게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청년들이 학교와 회사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왔다. 이는 매주 금요일 정기행사로 자리 잡았다. 환경보호단체 ‘350.org’에 따르면 기후 파업 참가자는 400만명이 넘는다. 기후파업을 주도한 10대 환경운동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적인 인사가 됐고 타임지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지난 1월 19일 홍콩 시위대가 도심에서 집회를 열고 입법회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적 개 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현재 진행형인 ‘홍콩시위’의 주역도 포스트 부머다. 주축이 된 청년 활동가그룹 ‘데모시스토’의 리더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초우는 23살, 네이선 로는 27살로 밀레니얼세대로 분류된다. 2014년 ‘우산혁명’을 이끌 당시 웡은 17살이었다. 시위대 전체 비율에서도 10∼20대의 참여율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7월 홍콩학자 3명이 실시한 첫 현장조사에 따르면 시위대의 절반 이상(57.7%)이 29세 이하였고, 네 명 중 한 명은 20~24세였다. 45세 이상은 18%에 불과했다. CNBC는 “홍콩시위 참가자 상당수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청년들이 이끄는 홍콩시위는 지난해 3월15일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 최초시위 이후 1년 넘게 계속되며 전 세계 시위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6월9일 홍콩 인구의 약 7분의 1인 103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 이후 홍콩에서는 크고 작은 시위가 없던 날을 찾기가 힘들다. 외신은 21세기에 벌어진 반정부 시위 가운데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EPA연합뉴스
2016년 당시 대만에서 야당이던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을 첫 여성 총통으로 만든 것도 1981년 이후 태어난 ‘딸기세대’였다. 딸기세대는 젊은이들이 나약하고 쉽게 상처받는다는 의미다. 차이잉원 당선 이후 이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여당인 국민당에 대한 저항으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역시 세대갈등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속한 이후 태어나고 자란 젊은층인 일명 ‘EU세대’가 브렉시트에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2016년 국민투표 직전 실시된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4세의 73%가 잔류를 지지했다. 반면 50세 이상은 반수 이상이 탈퇴를 원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에도 영국의 20∼30대들은 EU 잔류 시위를 벌였다. 투표권이 없었던 10대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NYT는 “이번 브렉시트 투표만큼 영국사회 안의 세대 간 간극을 극명하게 노출한 사례는 없다”고 분석했다.

◆‘유스퀘이크’… 젊음이 정치지형에 균열 일으켜

포스트 부머 정신은 젊은 정치인 탄생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시위 등으로 사회 표면에 등장하고 이들이 기존 정치지형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젊음’과 ‘지진’의 합성어인 ‘유스퀘이크(Youthquake)’를 선정했다.

이런 바람은 글로벌 리더들의 평균 연령을 현격히 낮췄다. 핀란드에서는 지난해 말 34세인 산나 마린이 총리로 취임했다. 마린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4개 정당 대표 4명 중 3명은 30대이고 모두 여성이다. 역대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운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총리는 2017년 31살의 나이로 그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6월 41살로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자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로 기록된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당시인 2017년 39살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42살이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승리 선언으로 화제를 모은 뉴질랜드 총리는 39살의 저신다 아던이다. 엘살바도르에서는 37살 정치 신예 나입 부켈레가 지난해 6월 대통령직에 취임해 30년간 계속된 양당체제를 종식했다. 1976년생인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로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진보적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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